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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행사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행사에 있을 여러 사안을 상상(?)하게 마련입니다. 특히 사회 또는 진행을 맡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죠. 대부분 실수나 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면서도 좀 잘해보겠다는 의욕은 이런저런 괜찮은 상상을 가미하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멋지게 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 상상은 대부분 상상으로 끝난다는 것이 함정이죠. ㅠ.ㅠ


지난주 고등학교 은사님의 퇴임을 기념한 사은회에서 제가 그랬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마이크를 잡는 것 등등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 까닭에 부득, 사회를 맡게 된 건데...




선생님을 소개하며 분위기 있고, 위트있게 선생님의 약력을 소개한다는 것도 깜빡했을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선생님과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띄워보겠다던 생각들은 그저 상상 속에서 머물고 말았던 겁니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실수들만 연발했으니... ㅠ.ㅠ 다행인 건... 제 생각이지만 그 실수들을 아무도 눈치채진 못한 것 같다는 거~ 뭐~ 기대치가 워낙 낮았기 때문이겠지만.. ㅋㅋ


그래서 혼자서라도 그 아쉬움을 달래는 의미로 준비는 했지만, 실제 사은회 진행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선생님과의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를 끄집어내 살짝 풀어 놓으려고 합니다.

이 기억도 벌써 한 7~8년은 흐른 듯하네요.


추석을 앞두고 선생님께 인사드리던 날이었습니다.

찾아 뵙고자 연락을 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그날 우연히 만났다고 하는 제 고교 동창과 함께 저녁 식사라도 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선생님과 저 그리고 그 동창이 저녁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술도 조금 마시게 되었죠.


술을 곁들여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 선생님께서는 끊었던 담배를 최근 다시 피우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술 마시는 날은 담배 생각이 더 난다고... 담배를 좀 사와야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럼 제가 사오겠습니다~!" 하고 벌떡 일어나 담배를 사러 나서는데...

선생님께서 막 따라오시는 겁니다. 전 "아유~ 선생님 제가 사다 드릴께요"하면서 더 잽싸게 발걸음을 재촉했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도 다급한 목소리로 제 이름까지 부르시며 더욱 빠르게 달려오시는 게 아닙니까~?!


저는 속으로 저도 모르게 "아~ 선생님께서도 정말~ 제자가 담배 한 갑 못 사드릴까요?"하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며 더 빨리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슨 대단한 임무라도 수행하는 양 식당 문을 열어 젖히며 막 뛰어나가려는 찰라~ 선생님께서는 숨넘어갈 듯 저를 잡아 말리시며... 한마디를 하시는 겁니다. 


"내가 무슨 담배를 피우는 지는 알고 가야지~!"


ㅋㅋㅋ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듣고 저는 그제야 왜 그렇게 선생님께서 그토록 저를 따라오셨던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ㅎ


선생님께서는 이제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이 얼마나 반갑던지... ^^


아무쪼록 선생님의 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건강하시고 멋진 제2의 인생 되시길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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