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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되어 방송사들이 북한에서 취재한 내용을 방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유화적 상황이 연출되긴 했어도 그 실제 목적이 그것에 있던 것은 아니었던지라 정작 지금 보다 더했던 대치 상황이나 양쪽 대중의 시각이 서로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만... (뭐~ 실제로는 독재자의 의중이 더 중했겠지만...


그때가 마침 여름이었는데, 남한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못살고 통제가 심한 북한에는 있을 리 없음을 강조하듯 어느 북한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던 말(단어)이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아 있던 그 대화 내용은 이랬습니다.


남한 기자: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북한에서는 여름에 바캉스를 어디로 갑니까?

북한 주민: 바캉스가 뭡네까?!! @.@


이 짧은 대화에서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던 건 그 대화 다음에 있었던 기자의 말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바캉스를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방송을 본 이쪽의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는 사실입니다.


뭐~ 사실 그것이 맞는지는 모릅니다. 이 역시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라서 확실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인터넷에 게재된 여러 글들을 통해서 여름휴가라는 개념 자체가 북한은 우리와 다른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쉬러 간다거나 휴식을 갖는다는 의미의 휴가가 없다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그 바캉스라는 말을 원어로 사용하는 이들이 우리의 여름휴가문화를 대입해 본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라도 확인하는 차원에서 바캉스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고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forum.frandroid.com



확인해 보니,

바캉스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하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된 프랑스 단어로, 그 뜻에서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시민사회가 정착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일 중심이 아닌 자아를 찾아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비교적 '긴 휴가'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바캉스"라는 말이 사용되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여기서 뜻하는 그들의 바캉스(긴 휴가)는 적어도 15일, 많게는 1개월 이상을 보내는 걸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일을 위해 휴가를 가는 것이 아니라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한다고 할 수 있는 거죠.(부럽다. 쩝~!)


암튼, 그럼..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의 휴가를 바캉스라고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죠. 당연..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뭐~ 결국 우린 우리가 사용하는 바캉스라는 말의 의미가 애초부터 우리말이 아니었으니 처음부터 그것과 같을 수 없었음에도(이 또한 알았거나,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우리가 받아들인 것과 동일시 하면서 다시 우리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거나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고 하여 (상대적으로 못(산)하다고 느껴서 인지는 몰라도) 북한 사람들을 무시한 꼴이 된 겁니다. 누가 누굴??


외래어 유입에서 일어나는 뜻의 왜곡이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닐 겁니다. 또한 그것이 외래어 유입 과정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닐 것이구요. 그것이 무엇이든 최초 만들었거나 발견하여 의미를(또는 쓰임새를) 부여한 이들이 아니더라도 이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건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개연성은 너무 많고,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합니다. 




우리의 버선이 일본에서는 모자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던데... (사실이라 가정하고) 그게 웃긴 건 우리들 내에서의 얘기일 뿐이죠. 일본에 가서 죄다 그렇게 모자로 쓰고 있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무작정 생각 없이 웃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좀 쎄개 예를 들어, 흔히 욕으로 표현되는 병x(病身)이 진짜 병x(病身)이라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란 겁니다. 셋 중에 둘이 병x(病身)이면, 정상인 하나가 병x(病身)이 되는 거니까...  


그래서(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따지고 드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건 너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할 것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그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는 것이 어느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본 의미를 사용하던 쪽과 접점이 만들어지는 경우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예로 든 바캉스는 좀 약해서 다른 예를 들면... 간단히 프랑스 말 "마담(매덤?, 마덤? 우리말이 아니니 어쨌거나. 쿨럭~!!)" 이  적당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commons.wikimedia.org / Madame de Sorquainville



우리가 아는 "마담"과 그들에게 통용되는 "마담"이 같지 않다는 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한번 프랑스 중년 여성에게 우리가 사용하듯 마담~ 마담~ 하면서 추태를 부린다고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잌~후야~!! 아닌가효?!! (그쪽도 예전과 다르게 마담(madame)이란 말의 의미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라떼[각주:1].. 무슨 라떼~ 무슨 라떼~ 하는 말도 그렇습니다.

파프리카.. 피망은 또 어떤가요? 아직 파프리카와 피망이 서로 다른 채소(야채와 같은 말인 건 아실 겁니다. 하지만 이게 일본식 표현이라 지양하자는 우리말 전문가분들의 권고가 있더군요.)라고 아시는 건 아니죠? ㅎ


외래어 유입의 왜곡의 사례를 나열하자면 수없이 많을 겁니다만... 이 정도 말씀드리면, 알고 쓰자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안다고 해서 또는 모른다고 해서 그것으로 무시하지 말자... 그것이 왜곡을 부른다~!!라는 걸 어느정도 인지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흑~ 급 반성모드로... 전환하여)

이렇게 쓴 건 결국 스스로 되돌아 보고 조심하고자 함입니다. 

아는 척~ 했다고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아~ 경솔하지 말아야지~~~ 사람으로서~!

  1. 따뜻한 우유라는 뜻의 스페인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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