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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시절을 떠올릴 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누구나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그것이 사람이 대상이기도 한데… 이를 테면 특정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 말하고자 하는 그 선생님이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실제 그 선생님으로부터 특별히 더 혼났거나 기억될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다만, 기억의 일반화랄까요?! 당시 공포의 대상으로서 그 시절의 학교를 떠올리면 마치 누구라도 그 공포를 당하지(?) 않은 이가 없고, 그중에는 나도 포함된다고 기억되기 때문일 겁니다. 


딱히 표현하기 모호하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그 선생님은 일종의 악당이었습니다. 아니 섣불리 범접하기 어려운 적이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분의 이름은 가물가물 해도(잘 기억나지 않아도) 별칭만은 또렷이 남아 있을 정도거든요. 그 이름도 살벌한(?) 부엌칼! ㅎ 


그 부엌칼이란 별명이 왜 그렇게 불렸는지는 정확히 기억되진 않습니다만, 50대 초반 정도로 기억되는 당시 그 선생님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불렸었고, 그것이 전해 내려와 우리도 그렇게 부르게 된 건 확실합니다.


아마도 지금 생각에 기름이 발라져 부엌 칼로 곧게 채를 썬 듯하면서 번뜩이는 머리에 진한 쌍꺼풀과 짙은 눈썹으로 한층 매서움을 더했던 그 모습이 그렇게 부르게 하지는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보다는 어딘가 묵직하면서 무서운 그의 칼(?) 같게 느꼈던 목소리와 성격이 먼저였을 겁니다.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두 가지 모두 어느 것이 먼저였을지는 몰라도 상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영향을 주었을 테니 말이죠. 근데, 졸업 앨범에 사진을 뵈니 그땐 몰랐는데, 인물이 꽤 좋으시네요. ^^




문득 그 선생님이 떠오른 건 사실 이러한 그분에 대한 기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 의해서 생각과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자연스럽게 그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수업 중 무슨 이유였는지 그런 이야길 하시던 분이 아닌데, 그날따라 그동안의 수업 분위기와는 다르게 얼굴엔 미소까지 머금고 자신이 겪은 어느 식당(아마도 중국집?)에서의 일화를 재밌는 이야기라도 해주시겠다는 듯 말씀하신 기억이 난 겁니다.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 왜 그 기억이 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이것만 떠오른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그 얘기가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저 젊은 남녀가 서로 좋아서 하는 행동을 관찰한 정도쯤 되는 이야기라서 더 이상한 겁니다. 더구나 그런 모습은 남녀가 막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된 경우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라... ㅎ




그 선생님께서 점심 식사를 하는 맞은편 테이블에 젊은(그 선생님께서 보시기엔 어려 보였을) 남녀가 만두를 먹는데, 여자가 만두를 한입 베어 물곤 남은 만두를 남자 입에 넣어 주려하자 남자가 덥석 받아먹더니 둘이서 좋아 죽을 만큼 웃더라는 얘기였습니다.


뭐~ 그렇구요. 제가 왜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을까요?

1. 그 선생님의 연배 비스무리하게 되어 나도 그런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2. 나이와 관계없이 아내와 사랑 넘치는 내가 그런 모습을 하다가 불현듯 그때 그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서...

3.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답을 모를 땐 예전부터 긴 걸 선택하라는 말을 고려치 마시고 알아서 상상하시길... ^^;

근데, 문득 이런 기억 끝에 떠오른 궁금함입니다.


그 선생님은 자신이 그렇게 불렸을 줄 알고 계셨을까요?

그런 얘긴 뜬금없이 왜 하셨을까요? ㅎ

그리고 지금도 안녕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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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스트 hisa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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