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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전의 어른들께서는 한 치 걸러 두 치[각주:1]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건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시는 말씀들에 항상 뒤따르는 말이었습니다. 가족이란 나라는 정체성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내가 존재할 수 있던 근거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정말 이보다 중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좀 모호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족이 중요하지만, 그 범위가 어떻게 되느냐라는 겁니다. 물론, 어른들께서 말씀하신 한 치 걸러 두 치가 뜻하는 가족은 오로지 나와 배우자 그리고 자식으로 한정 짓는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그건 솔직히 이렇게 생각해 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말이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그 기준이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의 범위는 끝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묘한 사람 관계 이야기


나를 기준으로 한정된 가족의 범위는 나와 내 아내 내 아이들까지 모두 달라지고, 그렇게 이어지다 보면 케빈 베이컨의 법칙[각주:2] 비슷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만들어지거든요. 즉, 가족의 범위를 일정하게 단절된 선으로 그을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판단하기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구분이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끝없는 가족 교집합이 만들어지는 오묘함이 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를 기준으로 하는 가족을 한정하는 순간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게 어떤 건지 예를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구분의 시작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지 알 수 없지만, 이해를 위한 도구가 계급을 나누는 왜곡된 근거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건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은연중 생각했던 구분된 가족의 개념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또한 왜 그런지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지만 통념적으로 이해되어 왔던 것처럼) 너무 멀면 객체화되고, 타자화 된다고 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고, 규범처럼 위아래로 직계 가족의 범위를 3~4단계를 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waitbutwhy.com



언젠가 에이즈 퇴치를 위해 미국의 유명 가수들이 한데 모여 불렀던 노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의 의미대로 이해되었다면 이 세상에 전쟁이란 존재하지도 않았겠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가족의 개념을 정리하다 보니 이럴 수 있는 건가 싶은 겁니다. 과연 가족이라는 말의 뜻을 모른다고 생각할 이들이 있기나 할지 궁금합니다. 그 가족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또 얼마나 될지도...


거창하게 전쟁이라는 무지막지한 말까지 동원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힘 좀 있다고 착각한 이들의 갑질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어떻게 하면 같은 사람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될까요?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하고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할지... 불현듯 가슴 한 구석이 멍해지는 느낌입니다.

  1. 촌수나 친분은 멀어질수록 더욱 사이가 벌어진다는 말. [본문으로]
  2. 6명만 건너면 세상 어느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이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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