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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칭찬을 들었습니다.

 

난 주 아이가 아파서 일을 잠시 뒤로 하고 병원에 함께 다녀왔습니다.

진찰 결과 학교에는 하루 정도 쉬어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소견과 그에 따른 처방을 받았는데, 약국에 가서 약을 조제받고 다시 집에 오니... 아이가 극구 학교를 가야한다고 합니다. 아이에겐 안된다고 말은 했지만, 아이가 그렇게 아프지 않다고 하면서 아이 엄마에게 조르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하도 그렇게 졸라대니 어쩔수 없이 학교에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학교에 다녀와라라고...


그랬더니... 이번엔 아빠가 학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아픈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하는데... 안들어줄 수 도 없고... 하여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는데, 아이가 한번 더 강조하여 말을 합니다. "교실까지 데려다 주셔야 해요.. 아빠~" 


어이쿠... 난 교문 앞 까지만 데려다 줄 생각이었는데...


아이의 깔끔한 마무리 한방에 아무말도 못하고... "그래"라는 짧은 대답만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가 학교를 가고 싶어 했던 건 꼭,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만큼 학교가 재밌다는 사실...- 한편으론 아이가 아펐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여 약간은 복잡한 아이의 교실이 있는 건물을 찾아 2층에 있는 아이의 교실에 이르렀을 때... 어린 시절 학교의 기억이 교차되어 머리를 스치고 지나 더군요. 그러고 잠시... 생각과는 달리 너무도 조용하게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모습과 아이의 담임 선생님으로 보이시는 교실 앞에 앉아계신 중년의 남자 분 모습이 창문 너머 보였습니다.

 

수업을 방해하면 안될 듯 하여 아이에게 조용히 교실 뒷문으로 들어가라고 종용을 하고 있는데, 교실 안의 아이들의 시선이 저에게로 모아지면서... 결국 아이의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초등학교의 경우 여자 선생님들이 많아 남자 선생님이 거의 존귀한 형국이라는 얘기를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학기 초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남자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래도 어린 나이에는 좀 더 감성적인 여자 선생님이 낫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 엄마로부터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좋은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한번은 찾아 뵙고 인사는 드려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


그런데, 막상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생각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니... ^^

아마도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도 아이의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엘 왔다는 점에서... 저와 반대의 상황이셨겠지만, 그 느낌은 같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http://www.competitivefutures.com/blog/

 

교실 복도에 있던 저와 아이를 보신 선생님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교실 밖으로 나오셨고, 선생님과 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듭 인사를 두세 차례 정도를 한 듯 싶습니다.


아이 둘을 벌써 10년 가까이 키우고는 있지만, 솔직히 아직도 아이 같은 존재로 나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학부형이라는 느낌을 그리고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아이의 선생님과 마주하게 되니... 이걸 격세지감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감격이라 해야할지... 온통 머리 속에 뒤죽박죽.. 헝크러지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아무튼 아주 공손하게 몇 차례의 선생님과 상호 인사를 나눈 후 제가 먼저 아이와 병원에 다녀오고 처방을 받은 일과 학교에 오게 된 사연에 대하여 간략히 말씀을 드렸습니다.-이미 아이 엄마는 이 전에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학교에 갈 수 없음을 전화 드린 후 였기 때문에 제 느낌으로는 왜 아이를 다시 학교에 데리고 왔는지 의아해 하는 표정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러자 곧 바로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들은 저를 온통 감동으로 몰아 넣는 말씀들 뿐이라서... 얼굴 표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좋기도 하고... 그냥 하시는 말씀이신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좋은 얘길 들으면 때로 부담도 가고 살짝 걱정은 되지만, 어느 누군들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날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의 선생님께... 아이가 학교를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아이 엄마와 상의를 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로 하여 이렇게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왔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니...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워낙 무언가 하려는 욕심이 많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라서 그렇다는 말씀과... 영리하고 착한 훌륭한 따님을 두셔서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예의로 하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저에게 아이의 선생님께서는 몇 번에 걸쳐 그러한 류의 말씀을 거듭 하시는데... 아이에게 잘해주지도 못하는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면서 순간 또 다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에 대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학교라는 상황적 환경이 순간적으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도 떠오르게 하고, 어린 시절 읽고 보았던 사랑의 학교라는 책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를 선생님께 맡기고 정중히 인사를 한 후 학교를 빠져 나오는데, 가슴 속 깊이 뿌듯함이 이는 것과 동시에 스치고 지나간 어린 시적의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기분 좋은 기억 보다는 그렇지 않은 기억이 더 많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그 기억에 있어 저만 그런 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많은 인구들 속에서 아이들을 그만 낳으라고... 국가에서는 표어는 기본이고, 온통 국가의 홍보의 반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열 아들 딸하나 안 부럽다"로 바뀌더니 어느 새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가 국시 처럼 되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지금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재미 보다는 필요성과 강제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던 그 때...

 

이제 부모의 마음으로 되돌아와서 아이가 잘한다는 칭찬을 선생님으로부터 듣는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이구나라는 것과 함께, 자못 어린 시절의 내가 나의 부모님께 이러한 선물을 드리지 못하였구나 라는 작은 회한이 가슴을 저미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인이 되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된 자식의 입장에서도 너무나도 부족한 모습인 스스로의 자화상이 뭇매가 되어 아침의 짧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생각이 머리를 감싸고 나라는 존재와 연결된 고리 속에서 상하 좌우의 그 관계라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떻게 어떠한 모습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하루를 넘어 지금까지 계속되게 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건데... 정말로 숙제입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한데... 정작 돌아보면... 또 그건 아니라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실 수 있도록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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