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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이 대단한 것만 있는 건 아니죠.


젠가 "남자의 자격" 이란 TV프로에서 집안일을 주제로 남자들이 어떻게 꾸려가는지를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방송 끝 무렵, 직접 집안일을 해본 후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낀 개그맨 이경규 씨가 마지막 대사로 말을 합니다.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도 남자가 지녀야 할 자격 중 하나라고... 근데, 요즘 그 말이 적잖이 와 닿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맞벌이하는 경우도 대부분 집안일은 여자가 맡는다고 합니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 전 대부분 남자들은 무엇이든 다 잘해줄 것처럼 예비 아내에게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결혼 후 모습은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결혼 전 얘기와는 다른 모습이 되고 맙니다. 저 역시 아내에게 그렇게 얘기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이 글을 통해 다시금 반성하고자 합니다. 


남자들은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 사회생활 속에서의 어려움이 많죠. 때문에 집에서 만큼은 좀 편하고자 하는 잠재의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러하다는 건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공감합니다. 책임감과 가정의 중심이란 생각으로부터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 같은 것이 여자들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고 이 말을 오해하지는 마시길... 여성과 남성을 엄격히 구분하여 차별하려 하거나 어떤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며, 이 말에 의해 불필요한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 -

저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가장의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요즘입니다. 아니 이는 저뿐만 아니라 현재 가정을 꾸려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 살아가는 한 남자이자 가장으로써 그렇습니다. 


며칠 전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침 주말이고 또, 저녁 시간도 되어 식사 준비를 하겠다고 해보는데... 우왕~ 

정말 남자의 자격에서 보았던 출연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결혼 전엔 자취를 하면서도 잘 먹고살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쩐 일인지 손과 발이 허둥대는 모습만을 확인할 뿐입니다.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꺼내 담고, 이미 다 준비되어있던 찌개를 가스렌지 위의 올려 불 하나 켜는 그 간단히 것도 왜 그리 서투르기만 한지... 아이들은 배고프다 보채고... 몸이 좋지 않은 아내를 위해 나름 그럴 듯 하니 저녁 밥상을 차리려 했는데... 에구구 그건 마음뿐이었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아내가 모두 다시 손을 본 후에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일만 더 널리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부끄럽고 그랬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은 떡볶이도 할 수 있고, 계란 국도 만들고, 밥도 지을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족을 위한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며, 10년 남짓의 결혼 생활 속에서 내가 집안일에 참 많이도 무심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쉽게 도울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도 종종 아내를 도와준다고 아주 가끔 하던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시행착오 아닌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인지 정말 새로 알게 된 듯 떠오른 그건... 바로 설겆이입니다.
 

▲ 설겆이를 하고 있으니 아내가 카메라를 들고와 찍습니다. 제 요청으로 손만 찍었답니다. ^^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직접 손으로 닦는 것이 좋다고 아내는 아주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직접 설겆이를 했었기에 저 역시 직접 맨 손으로 설겆이를 했습니다. 


"세상에서 내가 설겆이를 가장 깨끗이 하는 남편일 거야.."라고 생각하며... ^^ 


생각을 그렇게 해서인지 나름 설겆이가 재밌었습니다. 

콧속 허밍으로 흥얼거리며... 저녁 식사에서 못한 것을 포함하여 가족을 위해 더 깨끗이 식기를 닦겠다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니 기분도 좋아지고, 멀지 감치 거실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내의 눈이 은근히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듯하기도 합니다. 


구태하고 왜곡된 가부장적인 눈으로 보자면 참으로 한심한 작태고 남자 체면 구긴다고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정이 행복하다는 건 함께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아내와 남편이 서로 해야 할 일이 다르고 역할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간에 함께 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것저것 구분 짓는 것도 많고, 또 그에 따라서 네 편 내 편 가르기도 합니다. 연출이겠지만 때때로 그것이 재밌다고 방송 오락프그램들은 남편과 아내로 구분 지어 싸움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부들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 "함께"라는 마음과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이를 구분 짓고 억지로 갈라서게 만드는 구석이 없지 않기에 표면적으로 보이고 들여오는 소리들이 왜곡된 것이겠지요. 


매일도 아니고, 몸이 좋지 않았던 아내를 위해 설겆이를 한 것은 결국 저에게 더 좋은 모습으로 아내가 다가오게 된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됩니다. 남자의 자격이란 이러한 작은 마음의 소통을 위한 조건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아니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자격으로 남자가 남편이 되어 아내가 된 한 여자와의 생활 속에 좋은 공감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_ _)


 

※ 본 글은 "기 발행 포스트 재정리를 위한 비공개 전환 공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전 운영했던 블로그 텍스트큐브의 서비스가 중단됨에 따라 티스토리로 이전을 하게 되면서 개인 도메인을 사용하기 전 발행했던 포스트들의 소실된 링크 등 문제를 개선함과 동시에 지난 포스트들을 새롭게 정리하는 차원으로 기존 발행했던 일부 글 내용을 수정하여 재발행하는 포스트입니다. 보시는 분들의 넓은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 최초 발행일 : 2009.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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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스트 hisa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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