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교조 선생님의 편지

좋은글 2015.11.23 19:58 by 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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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히 SNS를 통해 접하게 된 글입니다. 구절구절 가슴으로 아이들에게 진실한 교육을 하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 목이 메이고,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삶의 구렁텅이 속에서 그저 살아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잘 살겠다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결론적으로 세상을 이지경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어떠한가?!!


저의 글이 아니라서 이렇게 올리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글은 더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생각의 전파를 위한 작은 통로로써 이곳 블로그를 활용하고자 글 내용 전문을 옮깁니다. 글을 쓰신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하며...


또한 이렇게 글을 옮길 수 밖에 없는 건 글 내용을 전교조 선생님이 썼기때문이 아니라 작금의 우리 현실에 비추어 글 내용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20일 금요일 연가를 냈어. 너희는 하루 동안 담임 선생님이 없을거야. 그날 나의 교실은 서울 광화문이거든.


전교조라고 들어봤니? 

너희들에게 진짜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경쟁보다는 인간됨을 알려주고 싶어 선생님이 가입한 노동조합이야.


뉴스나 신문에서 전교조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들었을 수도 있지만, 너희가 판단해봐. 전교조 선생님이 어떤지. 어떤 생각으로 너희를 대하고 가르치는지. 너희 삶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우리학교에도 훌륭한 전교조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거든.


이미지 출처: www.eduhope.net



그런 전교조가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을 위기에 있어. 국가정책에 너무 많이 반대해서 그런 것 같아. 제도와 법은 충분히 잘못될 수 있어. 우리는 법과 제도가 아니라 사회정의에 따라 행동해야해. 물론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꾸는 노력도 해야 하지. 그래서 서울에 간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각자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모든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면 얼마나 슬프겠니. 그래서 국정교과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어. 그것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너희에게 그런 교육을 펼칠 수는 없어. 


이미지 출처: m.ikbc.net



더구나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온갖 변칙과 술수를 동원하는 권력을 보며 진정 깨어있는 민주시민으로 너희를 가르치려면 내가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선생님이 너희 앞에 당당한 선생님이 되려면 양심에 따라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에 간다.


너희가 세상에 나가 취업을 할 때는 비정규직이 되어 여기 저기 떠돌아다닐 가능성이 커. 이미 우리 사회의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거든. 지금 너희도 알바하고 제대로 돈도 못 받고 근로계약서도 못쓰는데 이런 세상을 그대로 물려줄 수 없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려고 하고 있어. 그걸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해. 너희가 살아갈 세상이니까. 그래서 서울에 간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물에 잠겨갈 때 그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않고, 살던 동네에서 살게 해달라는 밀양의 할머니들께 3-4년의 징역형을 구형하는 걸 보면서 화만 내서는 변하는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 경찰의 물대포에 목숨이 위태로운 나이든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도 정부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옹호하고, 국민을 편가르고 군림하려 하고 있어. 세월호를 겪으며 우리는 다짐했잖니.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그래서 서울에 간다.




누군가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내팽개쳤다고 욕을 할거야. 

하지만 너희의 배움터가 교실에만 있지 않듯, 내가 서있는 곳이 너희에게 보여주는 교실이 될 수도 있어. 사실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것도 못 본 척, 조용히 입 다물고 살면 더 편할 수도 있어. 선생님은 승진을 할 수도 있고 마냥 너희와 웃으며 지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선생님이 못 본 척하며 나만 편하게 살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너희들이야. 

너희가 배울 교과서이니까, 너희가 살아갈 세상이니까, 너희의 일자리이니까. 

나는 어떤 징계나 불이익을 받아도 상관없다. 


나는 내일 서울에서 우리 반 스물여섯명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사무치게 생각할게. 

그리워할게. 아무런 사고 없이 ‘것봐. 담임이 애들 내팽개치고 돌아다니더니 꼴 좋다.’ 라고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도록 교실에서 선생님을 지지해주렴.


2015년 11월 19일  너희의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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