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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런 자료 없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성능 좋은 컴퓨터라 하더라도 말이죠. 그건 사람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으로서 갖춘 능력은 있을지 몰라도 그 능력이 발휘되는 건 수많은 입력이 뒤따른 후의 일이니까요. 그래서(그것을 생각했든 하지 않았든) 어린 시절 기억을 중요하다고 은연중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 전체를 두고 보면 짧디 짧다고 할 수 있는 학창 시절의 기억이 그토록 진하게 남는 것도 생각해 보면 논리적으로는 참으로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를 깊이 생각한 이들도 많지 않겠지만, 분위기를 포함한 직간접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이상한 건 학창 시절의 선후배 관계도 그렇긴 매한가집니다. 멀게는 십 년도 친구 먹는다고 하는 사회에서 한 두 살은 까짓 거 할 텐데(이것 역시 분위기를 포함한 직간접적 경험과 체득을 통한 결과겠으나)... 그 시절은 그랬습니다. 재밌는 건 지금의 아이들을 보아서도 그건 아직 변함없는 듯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상한 건 또 있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손아래 사람들이 그냥 "형"이라 부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는 겁니다. 이와 달리 학창 시절 한 두해 선배나 형을 두고 형님이라 했던 기억도 많지 않습니다.


더욱 알 수 없는 건(표면적 의미와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존칭을 받는 그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사람이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존칭의 의미가 더해진 "형"에 "님"자가 합성된 "형님"이라는 호칭이 "형"보다 그리 듣기 좋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만나는 손위 혹은 손아래 이들과의 관계에서 "형"이라는 호칭을 듣거나 했던 기억이 많지 않은 것도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좋은 관계가 많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는데 말이죠.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학창 시절의 선후배로 만난 형 동생의 연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끈끈함이 느껴지는 관계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저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진 예로 세시봉 트리오로 유명한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 세 사람의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불과 한 살 차이임[각주:1]에도 보기 좋은 형 동생 관계로 70살이 되도록 함께할 수 있는데, 그들이 그럴 수 있었던 건 그들의 관계가 학창 시절 형성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그 당시 서로 죽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는 건 두 말하면 잔 소리가 되겠죠.

저에게도(조금 가깝고 또는 조금 먼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형 동생으로 연이 닿은 이런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대학교 1년 후배 녀석과 고교시절 학교도 다르면서 어떤 계기로 만나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한 살 아래 동생들과의 관계가 특히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손위 선배보다 손아래 동생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가졌던 터라 당연한 결과였을 수 있겠으나... 뭐~ 이것도 오로지 저만의 생각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제게도 그렇게 생각했던 동생들이 있는데,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만난 그 동생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보였던 것일지 몰라도) 그들의 표정과 나눈 담소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회에서 만났다면 있을 수 없는 관계지만 그들과의 만남에서 그런 전제는 들어설 자리조차 없습니다. 그저 좋은 형이고 동생인 거죠. 정말 오랜만에 만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옛날 얘기와 함께 그 시절 부르던 노래도 부르다가 흥에 겨우면 춤도 추면서 새벽녘이 다되도록 추억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과의 오랜 회포를 풀고 돌아와 생각하니 지난 시간이 문득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토록 좋은 관계라 생각했으면서 만남이 소원해졌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던 겁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시간 참 빠르게 많이도 흘렀습니다. ㅠ.ㅠ


진범, 갑준, 차수, 태우야~

너희들이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미안하고 고마웠다.

조만간 다시 만나면 내 밥 한 끼 사마~! 그리고 종종 볼 수 있도록 노력할게~ ^^


  1. 송창식과 윤형주는 1947년 생으로 동갑이고 김세환은 1948년 생으로 한 살 아래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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