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당연히 그런 줄만 알았던 구호와 같던 문구가 있었습니다. 학교나 관공서 등의 본관에는 어느 곳이든 쉽게 보이던... 하면 된다.
국가가 군대처럼 이해되던 시절이었으니 그랬겠지만... 어린 눈에 비친 그 말이 왠지 무섭게 느껴졌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좋게 보려고 하면 뭐~ 나쁠 것도 없는 것이긴 합니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지금 그 시절의 그 문구를 떠올리면... 그건 단순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오히려 하면 될 수 있다는 격려가 아닌 무조건 해라라는 강압이랄까요?!
이미지 출처: ggipop.co.kr
그러니 그 문구가 무섭게 느껴질 수밖에요. 그랬으니 문구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로 작용한 건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을 겁니다.
어린 마음에도 뭔가 하려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음을 감지했던 겁니다. 그건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하면 된다는데... 왜 난??"이라고 하는 표면적으로 말하지 못할 괴로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현실이 되어 성장기 내내 지금까지도 기억해 내기 조차 싫은 어린 시절의 어두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근데, 호~옥시 이런 패배주의적인 생각이 의도???-
이미지 출처: latimes.com
"She finally has a home: Harvard"
이 한 문장의 제목을 통해 2009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카디자 윌리엄스(Khadijah Williams)... 노숙자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결국 하버드대 4년 장학생으로 졸업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접하시고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아직 못 보셨다면 먼저 한번 보시고... ^^
그녀의 이야기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 십중팔구는 감동과 어떤 명제적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느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현재와 같은 세상이 존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데.. 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 이겨내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자 조건일까?!
카디자 윌리엄스(Khadijah Williams)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와 노력을 본받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역전을 본보기로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는 건 왠지 어린 시절 보아온 "하면 된다 문구 못지않게 부담스러운, 아니 무서운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삶이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미 먼 얘기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첩을 보며 대본 읽듯이 하는 어느 위정자의 말에서 아직도 이러한 모습이 당면 과제인 듯 부추기는 분위기가 왠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본인은 정말 그렇게 노력하고, 엄청난 시련을 이겨낸 것이기나 했다는 걸 말하는 건지...
"어떻게 하든지 나라가 발전하고, 또 국민이 편안하게 잘살고 그렇게 하는 노력을 계속하다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더 많은 나라 일을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자꾸 생겨서 대통령까지 하게 됐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리고 꿈이 이뤄진다"
저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나라보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람답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라였으면 합니다.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고자 개인이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어려움 없는 여건이 되어 불우이웃 돕기와 같은 말 조차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앵무새 같은 말만 하겠지요.
이미 세상은 인류 전체가 나눠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풍족한데도 말입니다.
이는 주택 보급률이 1인 가구를 포함해도 105%, 실질 가구수로 환산하자면 150%에 육박하는 실제 여건과는 반대로 여전히 주거가 불안정한 이나라 현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는 얘깁니다. 제아무리 노력하는 것보다 불로소득인 부동산에만 골몰하는... 이 아둔한 현실이라니....
뭐~! 더 오래갈 수 없는 생명력 다한 것이 부동산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만, 그 비생산적인 것에 너무 많은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도대체 저 우주를 거론하며 노력하라는 이들은 왜 아직도 자신들이 하는 말과 다른 것에 그리도 힘을 쏟고 올인하려 드는지 알 수가... 알 수가 없습니다. 뭐~ 이유야 모르진 않지만...
감동이 느낌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강요하는 현실일 수는 없습니다.
노력은 해야 하겠지만, 현실을 배제한 채 어떤 특별한 한 가지 상황을 일반화시키려 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이 아닐 수 없거든요.
어려운 현실을 딛고 일어선 카디자 윌리엄스(Khadijah Williams)의 미래 모습에서 자신의 성취가 고스란히 "노력만이 살길"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실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의 과거와 같은 세상이 아닌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그녀가 걸어온 그 능력과 노력만큼 빛이 발휘되기를 진심으로.. 충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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