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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신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어쩌다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많은 날들을 살아오신 분 답게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세상이 그러니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니..."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세월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좀 살았다 싶은 나이에 접어든 저로써도 그 말씀에 감히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작 갖는 생각은 그와 정반대이면서도 말이죠. 아니 그건 생각이라기보다 기대라고 해야 할 것 같군요.


제가 갖는 생각은 자연이나 우주 전체를 포함하는 듯하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들 인간 영역 내에서 그냥 좋을 수는 있는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복잡함 속에서 피치 못할 문제들을 노력해야만 해결하고 그래야만 어떤 권리나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써 숭고하고 존중받으며 좋을 수는 없냐는 겁니다. 그 생각은 사실 풀리지 않는 의문이면서 간절한 바램이기도 합니다.




자주 언급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도 그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찌 보면 냉철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참으로 허망한 기대에 빠져 있는 형국인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문득 지금이 언제인데, 아직도 이런 생각을 단지 바램으로만 가져야 하는 건지... 뭔가 이상하다 싶습니다. 천부인권 선언이 언제인데...


해석에 따라 모든 인간이 아닌 부르주아에 국한된 선언이라 평가하기도 합니다만, 역사 흐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룬 진보를 상기하자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천부인권 선언은 프랑스 대혁명이 있던 1789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28년 전의 일이거든요.




더구나 우리의 헌법을 포함해 현재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를 인간(국민)의 기본 권리로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현실은 그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생경하지 않을 수 없던 겁니다.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이러니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란 생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근거가 되는 걸까요?!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문서로 상징적 선언만 그럴싸할 뿐 그 이상은 아닌 사문화된 선언이랄까요?!! 그러나 조금 관심 있게 둘러보면 결코 상징만이 아닌 사람 그대로 숭고함이 당연시되는 나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복지국가들 국민들이 그렇게 삽니다.


그 나라들을 떠올리는 동시에 같은 국가라는 플랫폼 위에 동일한 법적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는데, 왜 그들과 달리 우린 그러하지 못한 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차이가 발생하게 된 걸까요? 이런 생각에서는 간절하게 바랬던 그 생각에도 아이러니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려야 합니다.




요구하고 쟁취하여 지켜내야 한다.

그에 따라 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해야 한다.


그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바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인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 혼자서 하긴 어렵습니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특히 어느 정도 자유도 보장되는 것도 같고, (내가 그만큼 하지 못해 그렇지) 노력하면 살만한 것 같기도 하다는 어렴풋한 생각 속에서 누군가 낙오되고 생을 스스로 마감한다는 소릴 들어도 그런 생각 속에 모두 개인의 탓이라며 체념하고 마는 생각없던 우리들의 자화상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이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정작 책임져야 할 이들은 책임지지 않고 힘없는 이들만 짐을 떠안는 악순환이 일상적으로 익숙해진 그야말로 비정상이 정상이 돼버린 겁니다.




올바른 생각을 지닌 누군가의 안내가 빛을 발하는 건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는 출구를 찾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마법사가 제대로 된 마법을 위해 주문을 외듯 우린 헌법을 사문화된 상징에서 그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한인섭 교수님의 우리 헌법에 대한 해석을 접하고 다시금 하게 된 생각입니다.


무언가 기대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시점도 적기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우리에겐 지금이 그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느꼈듯이 어느 분이라도 한인섭 교수님의 헌법 해석에 대한 말씀을 보시고 조금이라도 공감하실 수 있다면, 그래서 그런 생각들이 지금보다 커진다면 우린 북유럽의 복지국가 못지않은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지 않더라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 


우리 헌법의 핵심조문이고, 인권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


1. 주어: "모든 국민"이다. 총체로서가 아니라, 개인 개인 개인...으로서의 국민이다. "국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게 더 좋겠다. 그 주어를 "나는"으로 바꿔 읽으면 확실히 다가온다. "나 홍길동은... 갖는다"라고 소리 내어 읽어보자. "당신은~갖습니다" 하면 더욱 좋다. 헌법은 국민문서가 아니라, 나/너/우리를 위한 인권문서인 것이다.


2. 존엄가치를 향유할 자격은? 돈, 지위, 신분... 그런 게 아니다. 단지 "인간으로서"이니까, 인간이기만 하면 된다. 수형자, 국사범, 테러리스트... 에게도 "인간"이기만 하면, 인권을 향유할 자격이 있다. 가끔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라는 표현이 나올 때도 있는데, 그건 그 상황에서의 비유일 뿐이고, 그들도 인간이므로, 기본권의 향유 주체가 된다.


3. 존엄과 가치: "존엄"을 다른 말로 하면, 존중하고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가치는 어느 정도의 가치일까. 영어로 invaluable이란 단어가 있다. '가치 없는' 게 아니라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정도로 가치 있는'이란 뜻이다. 존엄과 가치는...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받을 권리, 존중할 의무... 이렇게 나는 본다. 헌법책에 뭐라고 적혀 있는가 하고 헌법학자에게 정답 채점권이 있는 게 아니다. 헌법은 국민의 문서이므로, 각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해석할 수 있다.


4. 행복을 추구할 권리: 사람은 사랑할 수 있고, 존중받기 원하고, 궁극적으로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은 행복추구를 '기본권'에 속한다고 한다. 이 불행하고 사고 많고, 어처구니없는 부조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헌법은 불행이 당신의 숙명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가 딱 이것이다. 당신은 이 땅에서, 이 나라에서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5. 왕년에 국민교육헌장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시작한다. 우리 헌법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 "당신은 너무나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받으며, 사랑받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당신을 향한 존중과 당신의 행복추구권은, 천부 불가침 불가양으로서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고, 누구에게도 팔아넘길 수 없다고 한다.


6. 어떻습니까. 이런 약속을 명문화한 나라에 살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또한 이런 약속을 현실화,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지 않겠습니까. 이게 헌법의 핵심조항이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바입니다. 나의, 너의,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보강하기 위해서 필요한 헌법 공부여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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