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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복 선생님..

정말 존경했던 분이었습니다. 제겐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달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었으니까요. 이젠 이 세상 분이 아니라는 것이 불현듯 떠오름에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떠나신 지 내일이면 벌써 5개월이군요.

선생님의 글을 통해서 제가 배운 것 중 하나는 생각의 반전이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느껴지는 감옥에서의 사람에 대한 생각이라던가 노인 목수의 집 그림에 대한 내용은 어떤 사안이든 하나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 계기였습니다.


지금 말하려고 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어느 노인 목수의 집 그림에 대한 얘기...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선생님께서 하셨던 그 노인 목수가 그렸다고 하는 집 그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인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급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이 글을 읽고 저 역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 조차 하지 않고 그렸던 내 모습이 보였거든요. 그때의 충격이 너무 컸던 까닭일 겁니다. 그나마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런데, 얼마 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집 그림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문득 생각에 변화가.. 아니 생각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실제 일이라고 하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그림은 다른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선생님의 말씀과 생각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 되죠. 다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의미가 어떤 사실에 근거한 생각에 머무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 겁니다. 말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건 나름의 표현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데 대상이 되는 피사체의 생성과정 또는 작업 순서를 고려하는 건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건 생각하느냐 아니면 생각하지 않느냐의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알거나, 생각하는 것과 반하여 알지도 못하고 생각 조차 하지 않는 관성적인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는... 다시 말해 실제 순서에 입각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건 부차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마디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성철스님께서 말씀하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로 통하는 것이고, 조선 후기 문장가였던 유한준(1732~1811) 선생이 전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와도 연결될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마르셀 프루스트(발랑탱 루이 조르주 외젠 마르셀 프루스트Valentin Louis Georges Eugène Marcel Proust)가 남긴 명언 "진정한 발견이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와도 맞닿는 것이라는 오늘의 작은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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