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걸 쉽다고 생각할 부모는 별로 없겠지요.
모든 성장 과정이 그렇지만 사춘기 전후한 아이들이라면 그 정도는 배가 됩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불현듯 이제야 이런 반성의 글을 남기게 된 것은 반성하는 마음에 앞서 다행이었다는 안도감이 먼저이고 그 생각에 꼬리를 물어 생각을 하다가 첫 아이 어렸을 때가 떠올려졌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으로야 아이만 낳으면 부모가 되는 것이겠으나... 솔직히 부모로서 아주 쪼금 철(?)이 들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에서 돌아보면 실제 부모가 된다는 건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미지 출처: www.parentsociety.com
말 그대로 초보 아빠도 그런 무지막지한 초보 아빠가 아닐 수 없었음을...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그 어린 아이가 뭘 안다고 혼내기만 했던 제 모습을 생각하면 이제 그 때 보다는 성장한 아이에게 그렇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수가 없거든요. 다행스러운 건 그 초보 아빠 시절에 아이를 혼내더라도 그나마 다독이는 것으로 마무리 할 줄 알아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이랄까요?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없었다는 것도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추상적 외침만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죠. 핑계없는 무덤없다고 잘못을 사회에 전가하려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그냥 부모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일뿐.
이미지 출처: dhruvplanet.com
큰 아이가 너무도 잘 자라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까칠하고 도통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아이여서 고민도 컸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그랬던 이유는 모두 제 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감히 말씀드리는데... 아이들의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먼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드립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과 같은 자화상이니까요. 아닌가요?
성격도 밝아지고 스스로 기분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1~2년 사이의 변화였습니다. 언젠가 부터 아이를 혼내더라도 매는 들지 말아야 하고, 혼내더라도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실천했는데, 아마도 그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제시하는 것 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잘 흡수하며 성장하였음을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하곤 했으니 스스로 잘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아이와 말이 통한다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지요.
도심 외곽에 사는 까닭에 아이는 아침 6시 50분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특별한 일이 있던 한 두 번을 제외하곤 벌써 2년째 한 번도 버스를 놓친적 없고, 그러한 환경과 상황을 불평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었죠. 게다가 학원 등 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제법 정규 교육과정은 물론, 여타의 여러 학교 대내외적인 활동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아이였기에 그간 흡족한 마음과 함께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좀 더 잘해주지 못한 철부지 아빠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가 아내와 짜증 섞인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어제 밤 아이가 배가 조금 아프다는 소릴 들었긴 했는데... 아내는 차 시간이 다가오고 하는데도 화장실에만 앉아 있는 아이에게 버스 놓치겠다고 조금 크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래도 아이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아이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해었는지 좀 더 강한 어조로 이젠 서둘러 봐야 버스는 놓쳤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니.. 잠시 후 그제서야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나오는 순간 부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아내에게 따지듯이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방 안에서 혼자 듣고 있자니 아이에게 실망감과 불현듯 초보 아빠 시절의 감정이 잠시 뒤섞이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거실로 나가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자초지정을 물었습니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하지만 그때까지도 아이가 어제 아팠다고 하는 배 앓이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했고, 아이 역시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던 상태여서 짐작 조차 하지 못했는데...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조금 단호하게 물었더니 분위기를 감지 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눈물을 찔끔거리며 이야기를 털어 놓더군요.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간 건데... 엄마는 학교 가는 것만 신경쓰시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그러면서 자신이 언제 버스를 놓쳐 본 적이 있느냐며 그간의 간혹 느꼈을 새벽 첫 차를 타고 다닌 등교길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차 싶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그 마음은 숨긴채 조금 냉정하게 그간 아빠로서 갖었던 아이에 대한 마음을 포함해 충고의 말을 전했습니다. 처음 부터 지금 아빠에게 말하는 것처럼만이라도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면 아침부터 이런 불상사(?)는 없었지 않았겠냐고...
더 긴 말은 하지 않고 다독이듯 말을 건넸습니다.
차로 데려다 줄테니... 눈물 닦은 후 엄마께 죄송한 말씀 먼저 드리고 아빠 엄마랑 같이 학교로 가자고...
학교로 향하는 길 내내 차 안에서 아이를 격려하는 말과 함께 상황에 따라 그래도 갖춰야 할 예의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시무룩한 아이의 표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피자 등 간식 얘기를 꺼내고 나서야 스물쩍 어린아이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학교 앞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린 다음엔 살짝 뒤돌아 웃음기 있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침의 사건(?)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아침 아이와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며 반성을 합니다. 또한 부모로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주로 하는 말은 생각할 줄 아는 아이가 되라는 것과 그 생각을 통해 실천하고 그 실천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모습에 책임지며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행복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말은 사실 늘상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죠. 물론 이 말도 아이들에게 잊지않고 전하는 이야깁니다. ^^
철부지 아빠가 아이와 이렇게 커가고 있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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