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또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없음이 현실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국가의 의미가 뭐고 왜 국민인지 도통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여유 없는 삶이 보편적 환경인 토대에서 깊이 있는 분석과 자기 성찰은 꿈꾸기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왜 이러한 현실일 수밖에 없는가는 심도 있는 생각과 판단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생각을 통해 행동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한 계획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지 출처: geniuspharm.com
그래서 한번 따져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나름대로 생각하여 판단한 결과를 언급하자니 한편으로 "내 탓이오. 내 탓!"의 억장 무너지는 신파조로 읽힐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만 어느 정도 공감하실 부분은 있으리란 생각으로 살짝 그 내용을 글로 옮겨 봅니다.
일을 잘하는 기준, 내 말을 잘 듣는 것!
짧은 경구 안에 모든 내용을 함축할 수 있는 건 그 말이 짧기 때문입니다. 결국, 함축된 글의 의미란.. 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이들이 갖는 생각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상기 짧게 쓴 글은 제가 썼지만 생각한 그 결과는 읽은 사람의 몫입니다. 어쨌든 아래에 이어지는 글에서도 함께 곱씹어 보셨으면 합니다.
과연 나는 어떤 경우 일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냉철히 따져보았을 때 내가 생각한 대로 따라주는 것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우선적으로 옳고 그름 또는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을 떠나 내가 의도한 바대로 시늉이라도 하는 이가 더 좋아 보이지 않을까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듣는 대부분의 말들은 "말 잘 들어야지" "착하지" "잘했다" "안돼" 등등 하라고 하는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어른(또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의 말(지시)에 따라 순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문제의 출발점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지시하고 따르는 관계에 대한 습관적 답습이랄까요?
가정에서의 그러한 모습들은 교육이라는 틀 속에서보다 강화되고, 남자라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이라 쓰고 빽 없으면 가는 곳으로 인식되어져 가는- 군대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집니다. 그리고 직장... 일자리가 귀하다는 요즘은 꼴통 같은 상사라도 있었으면 한다지만 그 직장이라는 계급 사회에서의 보이지 않는 지시와 복종이라는 관계 사슬은 그 입장이 뒤바뀐 것에서도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그 입장이라도 그렇다"라고... 그런 입장이 되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죠.
이미지 참조: JTBC뉴스 그래픽
국가와 정부 그리고 국민이라고 하는 그 관계가 하달 식이고 애국과 충성이라는 상징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인사 발탁의 원칙 역시 결국 그 범주를 벗어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데, 스스로를 뒤돌아보니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지금의 생각과 이율배반적이었던 부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그것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들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강요 아닌 강요로 점철된 기억들... 아무리 그것이 옳다 하더라도 아이를 설득시키고 아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제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었음을 최근에서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아니 아직도 멀었다고 인정합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생각을 통해 가능한 아이들에게 강요는 하지 않겠다.. 다짐에 다짐을 하곤 합니다. 물론 그건 지금도 앞으로도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몸에 밴 습관이 무섭다는 걸 이렇게 느끼는 거죠.
이미지 참조: 한국일보
흔히 회자되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왜 우린 그 많은 시간의 노동에 그리도 너그러운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남들 다하고 그런 분위기에 있으니까?! 혹시 그 잠재된 기저에 지시와 복종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덧씌워진 것은 아닐까요?
말 표현이 거시기합니다만... 실제 일을 시킨다는 입장에서도 오랜 시간 일을 시키는 만큼 추가 비용이 나가는 것일 텐데도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이유는 뭔지... 물론, 이에 대하여 어떤 정치인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또는 실제보다 아주 적게 든다는) 의미에서 불법 노동시간이라 칭하기도 하던데... 그건 다시 말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순응하듯 일하는 시간을 알아서 늘이며 정시에 귀가하지 않는 직원들 때문이라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 겁니다. 그러나 또한 이는 때로 비아냥의 대상이 되곤 하지요. 일하는 시간만 길 뿐 노동생산성이 최악이라는...
이미지 참조: 한국일보
그건 내가 할 수 없음에도 지시하는 입장에 대한 잠재된 트라우마가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어차피 겉으로 잘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하면 된다"와 같은 경구의 민낯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린 왜 그토록 우두머리... 아니 지시하는 입장이 되고자 하는 걸까요?
그렇게 될 수도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던 즈음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 애플의 수장 팀 쿡의 글을 페북 지인의 타임라인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의 임원진은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습니다. 그리고 이 임원들이 사악할 정도로 영리한 3만 5천 직원들을 이끌어갑니다. 엔지니어링에서부터 마케팅, 경영, 판매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모든 부분이 그러합니다. 우리 회사의 가치는 대단히 견고하게 확립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변함없이 혁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기초가 되는 기술을 소유하고 지배하면서 우리가 중요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시장에만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프로젝트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팀 간의 철저한 협력과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다른 기업은 할 수 없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혁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애플의 모든 팀은 탁월함에 못 미치는 것에 안주할 수 없으며, 우리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 인정할 수 있는 솔직함과 그것을 바꿀 용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누가 무슨 일을 하든 그 가치가 이 기업에 깊이 새겨져 있으므로 애플이 정말로 잘 해내리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제이 엘리엇(Jay Elliot) "왜 따르는가" 중에서
이 글을 읽은 후 제가 느낀 건 진정으로 일을 잘한다는 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논점과 유사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지시하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그건 역할일 뿐 권력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좋은 예가 자본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본을 고용한다는 박계동 전 의원의 택시 협동조합 이야기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은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근거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람 중심의 세상... 먹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천부인권 선언이 언제 적 이야긴데... 아직도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문득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어쨌든 세상의 시간은 흐르고... 최소한 지금보단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버릴 수 없습니다. 죽을 때 잘 죽기 위해서라도...
네~! 그래서 결론은 뭐냐?!
일을 잘하는 기준이 내 말을 잘 듣는 것이란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이겁니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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