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객관화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뭐~ 어쩌면 객관이란 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으니 한편으로 객관이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하는 대로 개념화한 것에 지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 냉철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빠르게 개인화된 정보사회임에도 돈벌이 방식이 근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벌어지는 상황에서 특히 그렇죠. 어느 사람인들 친절하고 좋은 모습이고 싶지 않겠습니까마는... 반복되는 그러한 사무적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갑의 모습이 돼버렸다는 걸 느끼는 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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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화들짝 놀라며 지킬 하이드나 두 얼굴의 사나이 뺨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합니다. 상황은 보통 이러하죠. 먼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아래와 같은 텔레마케팅 세례에 잠재적 거부감을 갖게 됩니다.
모르는 전화가 걸려 옵니다. 잠시 망설이죠.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받게 되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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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감정 없는 낮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모르는 전화 상대: (엄청 상냥하다는 듯 코 소리가 좀 섞인 상대의 목소리) 고갱 니~임 어쩌구저쩌구 블라블라~@!@#ㄲㅎㅁ
나: (더 감정 없고 낮은 목소리로) 지금 바빠요 / 회의 중입니다 / 관심 없어요 / 나중에 전화 주세요(이건 생각 없이 내뱉는 실수에 가까운 것 이기도...) ...
솔직히 살아있는(?) 사람 목소리라도 들려오는 건 그나마 낫습니다. 내 목소리 감정 없는 것도 어색한데, 메아리 돌아오듯 녹음된 목소리나 기계음으로 통화하게 되는 그 차갑고 생경한 느낌이란...
어쨌든 이런 류의 전화가 반복되다 보면 구체적이진 않아도 "다시는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으리라" 다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죠.
또다시 전화가 옵니다. 또 망설임을 잠시 하다가 받게 되는 전화..
이미지 출처: www.wisegeek.org
나: (역시 감정 없고 낮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상대: 여보세요~ 혹시 누구누구 아니세요~?(상대로부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나: (도레미파 솔 솔 솔하는 감정 폭발할 듯한 급변한 상냥하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아~ 네!!
ㅠ.ㅠ
이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아니시라면... 뭐~
먹고살자는 입장들인데... 그렇다고 그것을 다 받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그런 여유가 얼마나 들 갖고 있을까 싶은 것이 현재 분위기라서 말이죠.
가끔은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것이 끔찍이도 간절한 마지막 같은 지푸라기 심정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바도 아닙니다만... 그런 생각을 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앞서의 상황은 지금까지 반복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갑질이고 무엇이 상냥한 것이며,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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