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습니다. 모두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나이가 많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그런 느낌이 들 때가 더 많습니다. 자신의 경험이 전부라는 착각으로 인해 과거를 현재와 미래에 덧씌우려는 경향이 강하고 나이라는 숫자를 앞세워 가르치려 든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이가 많은 이들이란 60년대 초중반의 연령대 이상을 뜻합니다. 오해하실까 싶어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모두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그렇게 느껴진다는 주관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혹, 그럼에도 그 연령대인 분 또는 그 연령대와 관계없더라도 이런 저의 개인적 생각에 반대하거나 기분이 언짢으시다면 뭐~ 그냥 그러려니 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중요한 얘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대화가 통할 분들이라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그 주요한 내용은 인지하고 뭐라 하더라도 해야 할 텐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런 생각부터 하고 말을 끊고 어떻다저떻다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서요.
전 세계적으로 꼭두박시를 댓통으로 뽑았다는 비아냥 속에 들끓는 230만에 이르는 촛불과 목소리만으로 국회 탄핵까지 이끌어 낸 엄청난 힘을 보여줌으로써 이 나라 시민적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반전된 관심으로 세계가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긴 합니다만...
이미지 출처: telegraph.co.uk
갈 길이 멀다는 말 자체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 있죠.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권력의 정의를 새로이 하자는 얘깁니다. 왜 대통령이냐는 거죠.
이러한 공감대의 바탕에는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자", "힘을 바꾸자"라는 논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는 지금껏 굴절된 수많은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야 놓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녹아 있다고 봅니다. 그중 하나가 이미 우리 헌법에도 명시된 "국민이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행복"입니다. 이는 다르게 표현해서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정작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현실이니까요.
이미지 출처: unevenearth.org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 우선 그 방법적 국가 정책으로 제시되는 기본소득...
이 얘기를 꺼내는 순간 찬반이 갈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세상을 좀 경험했다는 이들은 "기본소득=놀고먹으려 한다"는 인식이 너무 강합니다. 그러니 그쯤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전달하지도 않았는데(못했는데), 들을 필요도 없다는 상황에 이르고, 더 심한 경우 이념에 관한 얘기로 빠지고 맙니다. 빨갱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그런 이유에서 글의 서두에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함을 먼저 꺼낸 겁니다.
경제 이론적 배경이나 지식이 깊지 못한 까닭에 기본소득에 관한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경제라는 것의 기본 대상(목적)은 구분하지(되지) 않는 모든 사람이라는 겁니다. 어느 누구도 이를 거스르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로 하늘의 뜻임을 상징하는 천부인권처럼 말이죠.
재밌는 건 기본소득 찬반 논쟁과 관계없이 세상은 그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흐름을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살피셨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느 정도 인지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라면 이를 지금 당장 적용하고자 하면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논란입니다. 물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하려고 들면 그 무엇이든 못할 것도 없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지금 시대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저의 주장에 있어서도 설득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수치를 곁들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비교할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할지 모르나, 사실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기본소득 정책 시행이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핀란드가 결정한 기본소득은 국민 1인당 약 100만 원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년간 66조 원 가량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아래 계산 식에서 보듯 나이와 상관없이 국민이면 누구나 1인으로 계산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4인 가족이라면 매월 기본소득으로 4백만 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당장 핀란드에서 시행하는 규모로 기본소득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생각할 분들이 많겠지만, 위의 계산 식대로 보자면 이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그래도 우리 현실을 반영하여 국민 1인당 6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민국 기본소득 적용 예상 규모 산출>
대한민국 인구수 약 51,541,582명(2016년 기준, 출처 위키 대백과)
인구수 x 60만 원 x 12개월 = 약 371,099,390,400,000원
GDP = 약 2,224,200,000,000,000 / 1인당 국민소득 = 43,153,507원
- 참고 : IMF, Report for Selected Countries and Subjects-Korea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핀란드가 준비할 기본소득 예산보다 5.6배가량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합니다만, GDP로 고려하면 불가능한 금액도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더욱이 산술적으로 계산된 국민소득을 볼 때 분명 우리의 문제는 소득 편차가 커도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정부예산은 400조 원이 넘었습니다. 규모는 역대 최대로 큰 금액의 예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족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많은 예산이 집행되는 게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만 제대로 따지고 피부에 와 닿도록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려한다면 법과 제도를 변경함으로써 당장이라도 국민소득을 시행할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미지 출처: businessinsider.com
그렇게 한다면 수많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인구감소를 포함한 자살을 방지하게 될 것이고, 낙인의 문제로 지목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불우한 이웃 어쩌구저쩌구하는 문제도 사라질 겁니다. 또한, 그 관리를 위해 투여해야만 하는 비용 역시 아낄 수 있으며, 더불어 국가 내수 경기도 살릴 수 있는 동시 다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기본소득과 같은 이야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논리에는 능력 있는 이들과 노력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음을 알고 있고, 일정 부분 인정합니다. 그러나 능력(또는 노력)이라는 것과 그 댓가로 지불되는 돈이 정말로 반대급부로써 확실히 담보하는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점 그 능력과 노력이 사람의 그것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미지 출처: capx.co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러기 위한 깊이 있는 지식의 한계를 알기에 이번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다만,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지금의 촛불로 공감대가 만들어졌듯이 기본소득에 대한 문제도 찬성이든 반대든 나름의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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