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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후기 문호 중 최고로 꼽히는 연암 선생이 전했다고 하는 일화를 어느 강연에서 들었습니다. 연암 선생이 친구였던 창애(蒼厓) 유한준(兪漢雋ㆍ1732~1811)에게 보내는 답장 편지에 담긴 이야기였는데, 적잖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얘긴 대략 이랬습니다.


화담(花潭) 서경덕 선생(徐敬德1489 ~ 1546)이 집을 나서던 길에서 울고 있는 젊은이를 발견했는데, 하도 슬피 울고 있기에 선생은 왜 우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울고 있던 젊은이가 말하기를

"네, 저는 다섯 살에 눈이 멀어 지난 20년 동안 장님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집을 나와 길을 걷던 중에 신기하게도 천지 만물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기쁜 마음에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골목길은 여기저기 너무도 많을 뿐만 아니라 대문도 모두 같아 보여 제가 살던 집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화담 선생은 

"내가 자네에게 집으로 가는 방법을 가르쳐 줌세"

하면서 다시 눈을 감고 가면 다시 예전처럼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울고 있던 그 젊은이에게 알려주었고, 그 젊은이는 다시 집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뭔가 생각하지 못했던 답을 보았다고 느껴질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눈도 함께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처음 생각했을 때와 나중에 다시 곱씹어 생각했을 땐 다르게 생각될 수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에 대한 느낌도 그랬습니다.


우선 실제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그랬습니다. 만일 그 일화가 어떤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물론,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미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을 만큼 교훈적 이야기로 공감하는 바가 없지는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nancaoart.com



그러나 이런 생각을 굳이 글로 옮기는 이유는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이 정신과 육체 모두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그렇게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를 한번 따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세상의 혼란이란 통과의례라고 하던 어떤 이의 말이 무슨 예언처럼 다가오는 요즘이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 가정도 많이 하게 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마치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본이 아니게 어리석은 예측도 적잖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내게 만일 돈이 많다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면... 하며(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 돈 없고, 힘없는 입장에서 그저 이렇게 살 바에는 살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자조하는 것보다야 낫다고 말할 자신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생각이 그래도 낫다 정도랄까요? 그러나 그보다 돈이든 힘이든 있는 이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탄스러움이 앞서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원~

입장이 달라지면 그렇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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