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또 달리 보면 불과 얼마 전의 일로 기억되는 것이 삶의 편린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기억도 기억이지만 군대에서의 기억을 떠올리자니 한편으로는 까마득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엊그제 일 같기도 합니다.
군대를 기억할 때 가끔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아마 사람은 제각기 달라도 군대를 사병으로 다녀온 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데... 바로 인사계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렇죠?! ^^
제가 복무했던 곳의 인사계는 정말 인상 한번 고약하다 할 정도의 군대가 그야말로 적격인 인물이었습니다. 나이도 들 만큼 들었던 분이 얼굴은 새까만 데다가 군인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건지 항상 보면 사병보다도 짧은 머리를 하고, 핏줄이 터질 것 같은 충혈된 눈으로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언제나 우리를 잡아먹을 것 같은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죠. 물론,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인상에 너끈히 세 배는 넘었다고 할 수 있었구요.
나중에 그러니까 제대할 즈음 그래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음을 아주 조금 느끼긴 했었지만, 워낙 좋지 않은 인상으로 화석처럼 굳어진 기억을 희석시키진 못했다면 그분이 어떤 정도의 인물이었는지 감이 오실까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매일경제(일부 편집)
문득 손톱을 깎아야 한다고 하던 중 들었던 생각입니다. 약 3주가량에 한 번꼴로 손톱과 발톱을 깎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약 30년 정도를 더 살아가게 된다면 이 과정이 몇 번을 하게 되었을 때 내 인생이 끝나는 건가? 그러다가 그분의 기억에까지 다다른 겁니다. 군대를 제대하는 그것과 삶의 길이를 산정하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인데도 어쩌다 생각이 그렇게 연결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하루라도 빨리 제대하고 싶은 혈기왕성했던 그때... 무섭기도 하고 싫기도 했던 그 우락부락한 인사계였지만 그가 했던 말에서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보급품(주로 화장지와 비누 등의 소모품)을 나눠줄 때면 버릇처럼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지긋지긋한 군대라고 생각하는 이곳을 보내기까지
앞으로 몇 번의 보급품을 더 받으면 끝마칠 수 있을지 생각해라.
그러면 그리 먼 날도 아니다.
무섭기만 했던 그분 입으로부터 그 말을 들을 때면 그분 나름에 군에서 몸소 체득한 지혜를 전달받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진솔하다는 느낌으로...
뭐~! 실제 맞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제대 일주일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만 없었더라도 그분에 또 다른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그분에 대해 좀 더 알 기회는 주어지지 못했다는 건 작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뭐~ 그랬기 때문에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분에 대한 기억에서 지금 생각에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순 없어도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름의 속정은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그런데, 과연 제가 앞으로 살면 몇 번의 손톱을 더 깎게 될지... 그건 알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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