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환경과 그 배경을 통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생각입니다. 과연 이를 벗어나서 살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다면 모를까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학에서는 "인간 행동과 사회 환경"을 가르치기도 하죠.
갑작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역시 알 수 없는 미래에 그 시대를 살아갈 이들이 지금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고 하는 물음 때문입니다. 과거와의 이해의 차는 현재가 미래보다는 분명히 덜할 겁니다. 기술을 통한 환경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음으로써 지금으로부터 과거 100년 전을 판단하는 것보다 100년 후의 미래에서 지금을 판단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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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재 우리는 과거의 전쟁을 이야기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야만"을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그건 어떻게 생각을 해도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없는 악행임에도 힘의 정점에 있지도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배논리를 자신의 생각인 양 판단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이야 대다수 사람들이 스스로 그랬다고 할 수는 없겠죠. 장황하게 본 글에서 그 이유에 대한 제 생각을 자세히 언급하진 않겠지만, 그 이유와 원인이 무엇이든 그렇다고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까지 괜찮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원인 한 가지를 꼽자면 시간의 흐름 속에 인식은 앞서 살아오면서 세상을 구성해온 전 세대로부터 받은(주입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하게 한 가지 사안으로 보면 그리 문제 될 것도 없겠지만, 일정한 세월 속에 살아온 모든 조건과 배경을 고려하고 판단하면 한 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인식이라는 것이 결코 가벼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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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해방을 맞이했던 1945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미 반세기도 넘는 세월이 흘러 이제 그 일제 강점기의 정서(?)와 같은 인식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지가 않은 것이 온전히 36년 동안 또는 그 시대에 성장기를 보냈던 이들이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정 부분 그 시절의 인식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쉽게 말해 나이 40인 어떤 사람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온전히 36년을 살았다면 그가 지닌 인식은 고작 4년을 제외하면 (더구나 인생에서 가치관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성장기가 고스란히) 그 36년 안에 있으므로 그의 인식 체계를 지배하는 것이 어디에 있을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란 겁니다. 그와 함께 살았을 앞선 세대와 함께 살았다는 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말이죠. 어쩌면 현재 미국에서 벌어진 대선의 결과도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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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전쟁을 이야기하면서 야만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과는 반대로 전쟁을 통해 이롭게 남겨진 사실들에 대하여 종종 회자되기도 합니다만, 이는 지극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전쟁으로부터 얻어진 어떤 이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렇게 이야기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갖는 희망이기도 하겠지만 100년 후에도 인류가 존속된다면 그 시절의 사람들은 지금을 우리가 크게 반감 없이 바라보는 전쟁을 포함한 과거 100년 안의 일들을 "야만의 시대"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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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사람은 먹고 살아가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지금껏 먹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왔다고 할 수 있고, 그것은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알 수 없는 건 먹고살기 위한 모든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속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것이 현재 세상이라는 겁니다. 이를 우리의 후세들은 뭐라고 판단할까요? 우매함? 야만스러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채울 아이들이 구형 컴퓨터를 보고 반응하는 모습을 담은 아래 동영상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이 아이들보다 더 후세의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들은 이해에 앞서 지금의 우리를 대신하여 반성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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