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큰일이 벌어진 터라 그 어떤 이슈도 쉽게 주목받지 않는 요즘입니다. 벌어진 이슈들조차도 무제한으로 빨아들이는 하마와 같은 판이니 말이죠. 이런 상황이 좋은 건 아무래도 드러나지 않았으면.. 빨리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내심 바라는 이들일 겁니다. 그중에 삼성도 포함되지 않을까...
보는 관점에서야 다 다르겠지만, 사실 말하려 하면 삼성이 숨기고 싶거나 거론되지 않고 싶은 건 한둘이 아니겠죠. 뭐~ 하려는 얘기가 그런 것에 비하면 그리 불편하거나 속된말로 뭔가 파헤치고자 하는 류는 아닙니다.
이미지 출처: teekhimirchi.in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건은 적잖은 파문을 낳았습니다. 그만큼 삼성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운 문제였을 거구요. 이 문제로 입은 손실이 몇조를 운운하는 것만으로도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forums.androidcentral.com
그런데, 알고 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 그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더라면 이번 문제가 된 갤럭시 노트7의 결함도 어쩌면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고, 무엇보다 현재 삼성이 지닌 입지와 위상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 있었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boredpanda.com
뭔 얘기냐...
지금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을 얘기하면 자주 거론하는... 폭발물로 낙인 찍힌 갤럭시 노트 7에도 탑재된 스마트폰 운영체제.. 이건 아시죠?!! 안드로이드!!!
이미지 출처: forums.androidcentral.com
그 안드로이드가 지금은 구글이 소유하고 있고, 구글의 수익을 낳는 하나의 축으로 남다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건 세부적으로 알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 엄청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소유가 구글에게 돌아가기 이전에 삼성에게 기회가 닿았었다는 걸 스마트폰 왕초보분들은 많이 모르셨을 겁니다. 지금에서야 처음 들으면 좀 황당하기까지 하실 텐데...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그런데,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건 스타트업 대표로 삼성을 방문했던, 얼마 전까지 구글의 부사장으로 안드로이드 사업을 총괄하다가 퇴사한 앤디 루빈이 전한 것으로 알려진 다음과 같은 당시 상황에 대한 회상 부분입니다. 참고로 그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
앤디 루빈이 삼성을 방문했던 시기는 2004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그는 모바일 OS(운영체제)를 개발하여 무료로 공급할 계획까지 세우고 남다른 사업화를 꿈꾸며 창업했을 시점입니다. 그러면서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자신의 모바일 OS와 이를 통한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삼성을 방문했던 것도 그런 차원이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돈을 써가며 말이죠.
그는 삼성에 두 명의 동료를 대동하고 거대한 회의실에 들어갔던 것을 명확히 기억합니다. 안 봐도 상상이 가는 장면입니다만, 그의 말에 의하면 차가운 느낌의 미로 같은 벽면의 통로를 따라 들어선 거대한 회의실에는 파란색의 같은 양복 차림의 중역 20명이 군인처럼 서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루빈과 동료들은 청바지 또는 자유로운 혹은 삼성의 중역들에 비해서는 좀 남루하다 싶은 옷을 입고 있었죠.
이미지 출처: bizhint.jp / 구호만 외치고, 아래로만 명령하면 혁신이 되는지...
그렇게 얼마간 계속 서 있다가 그 회의를 주관하는(?) 최고 직급의 인사가 회의장에 도착하자 일사불란하게 모두 자리에 앉았는데, 그 보스와 같은 이의 언사는 참담함을 넘어 어찌 그럴 수 있는지 제가 더 창피할 정돕니다.
루빈이 안드로이드 사업에 대해 발표를 모두 마치자 그가 크게 웃으며 했다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 회사에는 고작 8명이 일하고 있구먼.
그런데, 나는 당신이 만든 운영체제만큼 대단하지도 않은 일에 무려 2천 명이나 투입하고 있다네.
“You have eight people in your company,”
“And I have two thousand people working on something that’s not as ambitious.”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이건 한마디로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크고(돈이 있고) 힘이 있냐 없냐를 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언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스타트업으로 사업제안을 하러 바다 건너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할 소린 아니었다고 봅니다. 제가 앤디 루빈이었더라도 기분 나쁜 것보다 기가 막힐 일이었을 것 같은데... 물론, 다른 무엇보다 그렇게 한 결과로 손해를 본 건 삼성이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립니다.
▲ 삼성 겔럭시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앤디 루빈 / 이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삼성은 그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고작 일개의 단일 제조자에 불과할 뿐이고, 그마저도 경쟁사와의 신경전에 너무 무리한 나머지 폭발물 제조사라 조롱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삼성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죠? 왜곡된 군대식 서열 문화가 자초한 문제였다고...
생각해보면 지금과 같은 삼성의 조직문화에 안드로이드가 삼성 손에 들어가지 않은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설사 그들의 손에 들어갔다 해도 바다 OS나 타이젠이 그렇듯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뭐~! 그런 면에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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