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실을 정의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개념과 정의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듣고 보고 알게 되는 순간 아는 것이 아는 게 아님에도 그런 것(그것이 맞는 것 또는 옳은 것 혹은 진리와 같은 것)으로 착각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 그런 줄 모르고 평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제시한 파란 알약을 먹었을 때처럼 말이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건넨 두 가지 색의 알약은 가상이지만 평화의 상태로 머무느냐 아니면 현실을 인지할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적나라한 세상을 살게 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생각하기에 따라서, 또는 그저 누구나의 생각 속에서는 가상이라도 평온한 상태로 머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생각하자면 더더욱...
그러나 영화는(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또는 이야기 전개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보여지지만) 어마무시한 지옥과 같은 현실 세상을 선택한 것으로 연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주인공 네오에게 역할을 줍니다.
워쇼스키 자매(영화 제작 당시는 형제였죠)가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상상하게 함으로써 실제 현실을 조금이나마 안도하도록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 매트릭스를 제작했던 워쇼스키 형제의 이전과 현재 모습
솔직히, 살아왔던 지난 과거를 상기할 때 이미 경험한 것이고, 지나온 시간이라서 확실히 안다고 자신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그건 착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맞느냐는 다른 문제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생각해서 판단되는 사실에 대해 꼭 그럴 수 있음을 보장하지 못하는 건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에 선택이라는 함수가 자리하고 그 함수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적절한 아니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그 모든 상황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에만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얘깁니다.
따라서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같은 시간대의 경험했던 같은 상황에 다시 직면했다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건 그저 우리의 생각일 뿐인 거죠. 마치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가정을 하고 "이랬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음은 우리 인간이 지닌 한계 중 하나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가 이러한데, 미래를 판단한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래 역시 과거 경험을 토대로 상상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정하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무모한 생각들을 하고 살아갑니다. 웃긴 건 그중 비슷하게 맞춘 어떤 예언(혹은 예상)들의 그 아주 작은 사실 하나만으로도(그것이 우연이라는 건 생각하지도 못한 채) 엄청난 사실로 부각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면서도 그것이 미래를 예측 가능한 대상임을 증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한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서 보이는 것이 맞는지, 보여서 그렇게 생각한 건지는 생각 여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또 그것을 거꾸로 그렇게 한다고 한들 답이라고 우길 수 없는 것도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서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앞뒤 없는 말 같잖은 얘긴 배제하겠습니다.
이런 명제는 너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종교적 믿음...
현존하는 현실 종교 중에서 기복신앙에 기대지 않는 종교가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개인적으로 당면한 삶에 대한 숙제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어느 목회자의 믿음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인데요. 그간 고민해오던 믿음과 현실에 대한 제 생각과 많은 부분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에 대한 어느목회자의 고백 2에서 그 다음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생각을정리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프가 선출된 미국 대선 결과를 생각하다가 (0) | 2016.11.09 |
---|---|
대통령 사과 대국민 담화에 대한 논박 혹은 충고 (0) | 2016.11.06 |
그럴듯함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의 뻘짓에 대한 고찰 (0) | 2016.11.03 |
입장이 바뀌면 생각도 달라지는 건가 (0) | 2016.10.24 |
믿음에 대한 어느 목회자의 고백 2 (0) | 2016.10.21 |
변화는 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2 (0) | 2016.10.18 |
변화는 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1 (0) | 2016.10.17 |
책 좀 읽은 세대와 읽지 않아도 되는 세대 (0) | 2016.10.10 |
하고 있는 것들을 되짚어 볼 때긴 한가 보다. 정말로... (2) | 2016.09.27 |
작정하고 쓰는 이나라가 헬조센인 이유 (0) | 2016.09.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