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그렇듯이 떠오른 생각에 따라 자판을 두드립니다. 불현듯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생각이 제 손을 가만두지 않으니 말이죠. 10년 전이라고 좋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어느새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기우는 게 마뜩잖기도 하구요.
벌써 10년이군요. 벌써...
세월 빠르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게 세월이 변했는데, 고작 헬조센이란 말만 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요. 아니 무너져도 싸다 싶습니다. 뭐~ 아직 멀었다 싶긴 합니다만... 그러면서 며칠 전 이런 생각을 했었죠.
권선징악은 기대하는(행실 댓가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라고...
브라질의 룰라가, 그 같은 정권이 탄핵을 당한 데는 브라질 국민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처럼 이 나라가 헬조센인 건 힘을 이기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그냥 체념하고만 우리들의 잘못이 커도 너무 크다는 생각 말입니다. 뭐~ 헬조센이라고 자조 섞인 말이라도 하는 게 다행이긴 합니다만...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기억을 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죠. 기억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국민도 아닙니다. 개한민국민이라면 모를까...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이 저는 특정인의 이름으로 주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걸 전제하여 말하려고 합니다. 이건 순수하게 뭐~ 겁이 나서가 아니라 그들을 조롱하기 위한 겁니다. (뭐~! 또 그렇다고 이것이 자기 체면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말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쿨럭~!! ㅆㄻㅇㄹ)
이미지 출처: www.slideshare.net(일부 수정)
17대 대선의 유력 대선 후보자는 당시 모 증권회사 설립 및 운영 사기와 관련하여 그가 그 중심에 있었다는 상당한 의혹을 받는 상황이었죠. 물론, 그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일관성 있게 부인했고, 그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에 합당한 반론을 제시하기에 정신없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 선거가 있기 며칠 전 그의 아킬레스건이 의혹이 아닌 사실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동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그 기사가 보도된 직후만 하더라도 상황이 반전될지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그 기사에서 지칭된 동영상(아래 유튜브 영상 시작 후 1분 25초 부분 참조)에는 그의 직접적 발언을 통해 그간의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요즘 그~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어~ 인터넷(지가 인터넷이 뭔지나 알까 몰라. 파란 집에 처음 들어가서 컴터도 못 켰다며~) 금융회사를 어애~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그 금년 1월달에 이 비~ 비비케이라는 투자자문회사를 그으~ 설립을 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어업무를 위해서 그~ 사이바악(사이버를 말한 거지?! 어디 그 발음으로 영어 한다고 했냐? 오륀지 한번 해봐바!!) 증권회사를 설립을 하기로 어-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해서 인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그의 발언은 상기 일부 옮겨온 글에서 보시듯 중간중간 길고 어눌하게 이야기했지만 문장만을 볼 때 "누가 어떻게 했다"라는 사실 하나는 다신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동영상의 위력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같은 당 판사 출신의 대변인은 그의 발언에 "주어가 없다"며 오히려 동영상에서 그가 발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너무도 확실한 내용임에도 '내가 설립했다'라고 하는 것은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명백히 허위 사실"이라는 협박의 말까지 했습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입니다. 도대체 저 문장에 주어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지.. 이 나라 법에서 말하는 문장 속 주어는 무얼 뜻하는 건지..(물론, 법조계 전체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들의 움직임과 반향이 크지 않았다는 건 흔히 하는 말로 사회 지도층이란 소릴 들으면서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뭐~ 그렇습니다.) 판사 출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근데, 더 어이없는 건 그게 통했다는 겁니다.
시비 걸지 마셔~! 연결된 주어는 없으니깐!! 뭐~ 걸어도 괜찮긴 해~!! ㅎ
한통속인 이들이 그렇게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다수 국민의 생각입니다. 국내 최대 재벌 총수가 지 손녀뻘 되는 아이들을 상대로 화대 500만 원을 건넨 동영상이 나와도 그는 그래도 된다는 둥... 아니 그런 동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이미 그가 피해자라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한 장면
뭐~ 지 딸 보다 어린애들 옆에 끼고(더한 어떤 짓을 했는지 안 봐도 비됴지만) 술 마시다 총 맞아 죽은 권력자를 반신반인으로 모시는 황당한 꼬락서니가 지금의 상식인 양 했던 게 이 나라 힘 있는 이들의 전통이자 미덕인 거죠?!! 그걸 또 적잖은 이들이 바라보며 조으다 조으다 하고...
알고 보면 BBK 동영상의 공개 과정은 근원적 결함을 지닌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 동영상을 유출한 측이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돈의 광풍이 부는.. 돈이라면 죄악도 죄악으로 덮을 수 있다는 이 땅의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차피 불거질 걸 고려한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행위가 아니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들 입장에서야 면죄부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 반대 아니 그 잘못을 인정할 수 없는 저와 같은 이들에겐 대체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말 그대로 억장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말이죠.
어쨌든 결과적으로 가짜 편지까지 동원한 조작으로 그와 그 작당들은 위기를 모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안정적으로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통령이 되었으니까요. 이는 부도덕하고 술수에 능한 그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나라와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나에게 이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이들도 적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 정부의 실정에 의한 포기도 만만찮은 원인이겠지만 말이지요. 결국 그를 통해서 억장 무너진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벌써 10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는 겁니다. 그런까 헬조센이 그냥 헬조센은 아니란 얘깁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창피해서라도 어딘가 도망갔거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자리에서 물러났을 일인데... 그는 버젓이 조금의 흐트러짐이나 부끄럼도 모른 채 완벽하게(?) 임기를 마쳤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산을 국가와 사회로 환원한다더니 오히려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오히려 나라와 국민은 빚더미에 몰리게 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늘을 좋아해서 그렇게 했을런가는 모르겠군요. 결과적으로 천조국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그런 자신의 치부가 두렵긴 했던 모양입니다. 자신과 경쟁하며 자신의 아킬레스와 같던 BBK 문제를 건드렸던 이를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관권 부정선거를 진두지휘 했으니... 또 그게 성공했다고(실제 그렇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착각하여 자신감이 붙은 건지 지금도 지가 뭐라고 무슨 열쇠라도 쥐고 있는 양 차기 정권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습니다. 실은 겁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러는 겁니다. 쥐새끼가!!
쥐 상을 한 그를 쥐새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역시 한둘이 아닙니다. 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온통 녹조로 만들어 마시지도 못하게 했으면서 이걸 녹색사업이라 하고, 원전 수출 어쩌구 하더니 뒷돈 챙겼다는 소리나 들리고, 국방 비리에... 하도 많아 기억도 가물가물하게 만드는데... 이게 그놈들의 (생각하고 한 건 아닐 테고 매번 그렇게 하는 게 통하다 보니 그런 줄 알게 된) 의도일 수 있겠지만... 인터넷 시대가 좋은 건 그런 의도가 있어도 이런 걸 다 정리해 놓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보니 정말 얼마나 그 쥐새끼가 도둑적인지 정말 눈이 튀어나올 지경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럴지 모르니 보신다면 주의하시길...
어찌 보면 세월호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는 그 쥐새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놈이 국민의 선택을 훼방하고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뭘~ 어쩌냐구요?!!
뭘 어쩌긴요. 넋두리하는 겁니다. 스스로 힘이 없어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한탄스럽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뻔한데... 무슨 시스템이 어떻다 저떻다 하면서 선거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마치 엄청난 진리라는 듯하는데... 뻔한 거짓말과 드러난 조작들을 이대로 그냥 두고 선거를 잘한 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는 자조가 들어서 그렇습니다. 1789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그토록 맴돌아도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쉽게 말하지도 못하는 스스로가 미워서 이러는 겁니다.
최근 뉴스타파에서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국가라는 시스템 속에 희생된 메르스 마지막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방영했습니다. 그 사실을 접하면서 저는 저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자기검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는 그들과 나는 다를까 하는 자기반성...
겉으로는 지겨울 만큼 행복을 말하고 긍정을 내세우는데도 도대체 그 행복은 뭐고 긍정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는 우매함... 헬조센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의 근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행복이란 나와 내 가족이면 된다는 것이고, 긍정이란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에 당장 어려움을 당해도 원래 그런 거라며 부정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힘없는 이들은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쉬쉬하고 사는 것이 정답이고요. 한마디로 힘이면 다 되는 겁니다. 그게 어떤 힘이든...
이미지 출처: 한겨레 만평
막무가내식으로 불한당 같은 무리가 들이대는 명예훼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간이 크진 못합니다. 근데, 누구 말대로 이렇게 비정상적인 세상에 대해 내 생각조차 표현하지 못한다면 당장 우리 아이들에게 x팔려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라도 이렇게 말은 해야지 안 그렇습니껴??
현재 상황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싸드ㅔ기 맞을 짓만 하고 있질 않나... 지진은 원전 근처에서 자꾸 발생하고 있고... 나라 빚에 국민들 빚은 자꾸 커져가고...
그렇지만 이곳이 헬조센이라고 운운하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그러길 바라며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이런 식으로 글을 남기는 것 또한 이 나라가 사람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향해 이유 없이 조롱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무슨 사이코패스도 아닌데...
정말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이런 기록들을 보면서...
그땐 정말 그랬어... 그랬지... 그런데, 이젠 좋은 세상이 왔어. 얼마나 다행이야...
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보시기 거북하셨더라도 그런 의미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이런 글 쓰는 건 저도 기분 좋은 일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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