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 말 자체로는 (느끼기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긍·부정의 의미를 직접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뭐가 무섭다는 건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마치 염력이나 관심법과 같은 고차원적 능력을 통해 제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게 무엇인지 보았다면 모를까(허나 저도 그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건 함정~).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근한 예를 들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라고 말이죠. 어떤 면에서 사람들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거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 자체로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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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해 둘 것은 원칙을 무시한다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구요.
어느 때인가부터 그 까닭은 알 수 없으나 왠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과 같은 어떤 원칙처럼 느껴지는 경구들은 하나같이 진리인 양 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제가 추정하는 그 의구심이 들었던 시기는 답이라는 실체에 대해 그 무엇도 알 수 없고, 그건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기 시작했던 때로부터 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으로는 약 3년 정도 전쯤...
단, 확실한 답이라고 제시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사람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모두는 저마다 각각의 사람들이 갖는 생각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원칙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그 관점 또는 기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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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되돌아볼 때 지금껏 그 속박 속에 치여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몰랐을 땐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칙이라는 말들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수많은 지침... 그리고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나 도덕적 기준을 포함한 제도권 내의 여러 법적인 사항들까지... 한편으로 그것이 살아가는 힘일 수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원칙이라는 것 자체가 답이 아님을 너무도 확실하게 느꼈는데, 마치 가위눌린 몸과 같이 그것을 깨치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은 억울함을 넘어서 혼란스러운 일입니다. 무엇이 답인지 알 수 없으면서 그것이 때때로 맞을지도 모른다는 강박...
나약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거죠.
새벽 4시가 넘어서면서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의 나...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는가? 난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는 이 중압감은 또 어디로부터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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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들 속에서는 너무도 쉽게 최면을 걸듯 자신을 설득하고 이해시켰던 많은 당위적 명제들이 어느 순간 굴레가 되었다는 생각이 원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솔직히 이 또한 유추한 생각일 뿐이죠. 알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얘깁니다.
중요한 건 말이죠. 제게 사람이란 의미는 그 어떤 것보다 사람다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으로서 따뜻한 인성을 지니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상황에 따른 변화는 합리화가 아니라 합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아~ 근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뭔가 또다시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복잡 미묘해집니다.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 중언부언.. 아니 횡설수설 그만하고 이쯤에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스스로 만든 원칙을 지키려고) 남기기 위해 억지 글 하나를 이렇게 채운 꼴입니다. 하루 하나의 글을 쓴다는(쓰겠다는) 생각을 지켰다는 안도감이라도 남았으니 다행인가요?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하루를 놓으면 쉽게 놓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게 또 쉽지 않다는 사실이죠. 그게 웃긴 겁니다. 이 무슨 "GNU는 유닉스가 아니다."라고 하는 재귀적 문구도 아니고... 흐
이 말은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었던 건 "야구와 인생은 알 수 없다"던 하일성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들었던 생각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그분께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셨던 건가... 그분도 지키지 않아도 될 원칙으로 인해 그렇게 가신 건 아니냐는 무거운 생각과 저 자신을 연결 짓다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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