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혹은 X세대라고 하는 호칭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어떤 의미로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히는 알지는 못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해했고, 알고 있다는 듯 그에 해당하는 이들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1
재미있자고 만들어진 이야기 중에는 그 세대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기도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노래 가사와 멜로디의 첫 단어를 듣고 반응하는 여부로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멀리"라는 노래 가사와 멜로디를 들었을 때 어떤 노래가 떠오르냐에 따라 그 세대가 구분된다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어 "멀리~이 기적이 우네~"가 떠오르면 구세대고 "멀리서~ 널 보았을 때"를 떠올리면 신세대라는 식이었죠.
대체 왜 구분을 했어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구분법은 함축된 사실 하나가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겉모습이 신세대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흐름을 모르면 신세대 혹은 X세대가 아니라는 겁니다. 좀 꺼림칙한 건 그때는 방송의 힘이 절대적인, 방송의 흐름이 곧 시대 흐름과 동일시되던 적어도 겉 표면적으로는 함몰의 시대였다는 사실입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그 절대적이고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던 방송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 시절만 하더라도 예측 가능했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상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흐름이 단절을 의미하는 건 아님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 시대를 풍미하는 상징들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주인공들은 바뀌겠지만 방송이 디지털 뉴미디어로 이동하면서도 여전히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그들이 자리하고 있고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얼마 전 아이가 강호동이란 이름이 쓰여있는 부채를 들고 있어 좀 재밌기도 하고 그 이유가 궁금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대체 강호동이 그렇게 좋아?!!
강호동이 웃기긴 해도 강호동 부채까지 들고 다니는 걸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너가 강호동 좋아하는 줄은 몰랐구나~!
라고 말하자마자 아이는 이내 곧 황당하다는 듯 저를 쳐다보며 말을 합니다.
강호동이 아니라 뉴이스트 맴버 강동호인데요?!!
헉~! 아이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강호동이 아니라 강동호라는 이름 똬~~! Orz
아는 대로 보인다는 걸 확인한 거죠. ㅠ.ㅠ
아이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 띤 얼굴로 아빠인 저와는 세대 차이가 나도 한 참 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글쎄요. 함께 한바탕 웃고 자초지종을 아이에게 들으면서도 아이의 말에 제 마음은 좀 아쉬웠습니다. 내가 늙어 가나보다라는 생각과 세대 차이를 실감한다는 것도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세상이 변해도 30년 전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꼰대가 되어 가는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흐~
아~ 근데, 그러고 보니 강호동도 X세대군요. ㅋㅋ
- 참고로,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 더글라스 커플랜드(Douglas Coupland)의 소설 「제너레이션 X」에서 유래됨. 기성세대인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출생)와 상당히 다른 형태와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마땅히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에서 X라는 글자를 사용했다고 알려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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