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과정에 무슨 이유인지 많이들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꼭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한다거나 혹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죠.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 지닌 한계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빈약한 존재로써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잠재의식의 발현이랄까요?
한편으로는 촘촘한 그물망 속에 갇혀 살아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인지하게 되는 그 환경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좀 비약적인 얘기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이를 테면 너도 나도 그런 의미와 가치 목적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냐는 겁니다.
어찌 생각하면 그렇게 다들 의미를 부여하고 살면서 정말로 그만큼의 결과를 얻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혼자 생각엔 그 환경적 요인이 사람들을 그렇게 강박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만, 정말로 그럴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 비율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좀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문득 이러한 생각이 음모론으로 연결됩니다. 만일 사람들이 내면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줄 안다면 그런 일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겠지만 단지 내 생각도 아니면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의한 의지로 인식한 경우라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수는 어려워할 것이고, 결국 좌절하게 될 테니까요. 그로써 어느 누군가는 이익을 보는 형국이구요.
과거를 직접 경험해보질 못한 입장에서 단정하여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과거에는 신분적 조건 등 여러 제한들이 많아 그가 누구냐에 따라 그런 어려움은 더했을 테지만 현재라고 해서 덜하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걸림돌이 될만한 요소를 찾는다면 말 그대로 차고 넘칠 거니까요.
겉 생김새가 닮은 사람을 도플갱어라고 하던가요? 얼마 전 난데없이 불쑥 떠오른 이 단어...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생각엔 그저 겉모습이 닮은 사람보다는 생각이 비슷한 이를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혹, 생김새가 비슷한 이가 생각도 비슷하다는 가설이 성립할까요? 알 수 없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그런 선택의 기저에는 저의 생각과 일치하면서 비슷한 삶을 살아온 이가 있다면 많이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쓴 지 천일이 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거의 매일 글을 쓰고자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것은 2014년 10월 1일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계산하자면 오늘이 1,008일째입니다.
의미도 부여하고 여러 목표들이 혼재되어 있었겠지만 어떤 계기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머리 먼저 긁적일 겁니다. 다만, 좀 생각을 유추하고 정리해서 나름 포장을 하자면 우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생각이 너무 많고 그것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듯합니다.
무엇이든 자꾸 하다며 보면 보이는 것도,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것이 자책으로 이어지거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죠. 근데, 그렇게 글을 써오면서 가장 큰 건 내게 글 쓰는 자질이 없다는 걸 매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던 건 관객으로만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쓰다보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어렴풋한 기대도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그 숫자에 있었다는 걸 숨기기 어렵습니다.
천일을 넘게 글을 써온 걸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는 할 순 없겠죠. 그건 너무 잔인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미보다 이걸 언제까지 이어갈 것이냐라는 물음이 지금 제겐 더 앞섭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그 의미라는 게 그리 의미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걸 뜻하는 거겠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내린 확실한 결론은 아직 없습니다. 얼마 전부터(명분인지 고민인지) 이런 생각만 머리 속에 맴돌 뿐.
실험은 끝났다. 한 박자 쉬고 가자.
어느 유명 가수가 천회 공연을 하면서 어느 바둑 고수가 했다고 하던 "돌 하나하나를 두듯 한 회 한 회 공연을 하다 보니 천 회 공연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런 멋진 말을 가져다 붙인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머쓱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양심인지 얽매임인지 도통 마음이 허락하질 않으니... ㅎ
계속 쓰는 것을 이어가게 될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좀 지친 것도 같고... 그냥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라고 편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의미를 부여할 또 다른 어떤 그럴듯한 무지개나 파랑새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다시 무언가를 잡게 되면 멀지 않은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엄청난 것이라도 되는 양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러고도 남죠. 이놈의 불량스러운 기복 관리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무엇이 현명한 결정인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는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 하나의 글쓰기는 담금질의 일환이었고, 그것은 말하자면 고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이죠.
뭐~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입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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