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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없이 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티비는 진즉에 집에서 없애버렸다. 때로 생각을 중지하고 그냥 주어지는 대로 웃는 게 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도 척박하고 그 장단에 나마저 휘둘리는 건 마뜩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이 땅이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인가? 이리 죽어나고 저래 죽어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럴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유효하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이는 내게 티비 없이 어떻게 사냐고 되 묻기도 했었다. 그는 물론 나보다 연배도 있고, 세상 변화에 좀 둔감하다 할 이였기에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스마트폰은 손에 쥐고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조금 웃기긴 하다.

사실이다. 그의 물음에 내 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티비 없이도 티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아니 정보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긴 하지만) 더 빠르게 세상 흐름을 알 수 있는 시대다. 그것이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환경이다. 티비란 이제 스마트폰의 앱에 불과한 것도 사실 아닌가?

그렇게 정보를 취하고 접하다 보면 때때로 아직은 발품을 팔아야 할 때가 있다. 이를 테면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흥행을 하여 누군가라도 함께 이야기 소재거리가 주어질 경우 때론 소외되고 싶지 않은 속물적 욕망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구나 영화를 보기 위한 하나의 핑계이기도 했지만 내 아이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했다. 물론, 좀 더 넓게 생각하면, 아이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티비를 없앤 미안함의 양가 감정도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여기까지가 최근 가장 흥행하는 영화로 이번 설 연휴를 기점으로 천만 관객을 넘겼다고 하는 “극한 직업”을 보게 된 이유다. 재밌다는 소문보다 앞서 영화 다운 영화라는 어느 누군가의 영화평을 보았던 것이 이 영화를 봐야 겠다는 욕망으로 이어진 것이고, 앞서 푼 설들은 그 실천에 대한 명목이라면 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천만이 넘는 관객이 보았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하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숫자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음은 그 예를 열거하지 않아도 인지되는 세상이다. 적어도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말이지.

페이스북에 대략 언급했었지만, 정말 이 영화는 최악의 최악이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이정도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는 건지 의아하다 싶을만큼. 아래는 페북에 썼던 이 영화에 대한 간략한 평이다.

“영화 극한직업이 흥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저 시간 보내기 위한 킬링타임용이라는 누군가의 표현도 부족했다. 사실 그런 내용의 영화평을 본 후 어느 정도 인지하고, 그렇게 기대하지 않고 보았음에도 그 이하의 영화라 인식이 된 건 아마도 이게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돈이 문제라는 걸 말하려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범죄 조직도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고, 그들을 잡고자 하는 경찰조직도 성격은 다르다고 할지 몰라도 돈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에서는 좀 곱씹어 볼 면이 없지 않지만 그건 오롯이 내 판단일뿐 영화 자체가 이를 주제로 한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어린 시절 주인공이 악당과의 싸움에서 계속 당하다가 일거에 판을 뒤집고 승자가 되는 권선징악의 흐름이나 오합지졸로 보이던 모습들이 갑자기 어벤져스로 변신하며(근데, 알고 봤더니 아니, 처음에는 선배를 바보 취급하고, 그 선배의 팀을 덤앤더머들의 모임쯤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어벤져스로 변할 즈음 스리슬쩍 내공의 소유자들이었음을 그제서야 진지한 척 말하는 대목에서는 아예 대놓고 관객을 무시했다는 느낌마저) 공을 세운다는 결말은 너무 클리세했고, 범죄 마약밀매 조직 잡는다며 말도 안 되게 치킨집을 인수하고 대박 난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억지로 보였다. 여기에 대박 나 번 돈으로 아내에게 구찌 가방을 선물로 돈다발 함께 바치니까 머리를 풀어헤치며 씻고 오겠다는 장면에서는 대체 이게 뭐지 싶기까지...

영화란 게 그렇지 뭐~ 또 흥행 1위라며 관객몰이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까진 들지 않았겠지만.

결국, 흥행몰이에 내가 “꽃들에게 희망을”의 그 애벌레가 되어버린 셈이랄까?!!”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말에 의하면 정말 그냥 웃기는 것에 목적을 둔 영화였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영화를 평가한 것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웃어야 하는 것이라는 게 나는 불편했던 거다. 글 서두에서 이야기 한 그 생각과 맥락이 같다. 세상 사람들이 이런 것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게 슬프다는 생각.

만약 내가 이 영화에 대한 생각으로 돈을 지목했던 게, 이 영화 감독의 숨은 의도였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럴리는 없어 보이지만.

자본주의를 강조하며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이상 어쩌구저쩌구 하는 이들을 보면 묻고 싶어진다. 자본주의가 먼저인지 아니면 그 자본주의가 사람을 위한 건지. 내가 자주 되묻는 수단과 목적의 도치에 대한 전형적인 질문이다. 그나마 그런 말을 하기 전에 그런 말이 담고 있는 문제를 깊이 생각이나 하고 하는 것이라면… 뭐~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런 말은 하지도 않았겠지.

이러한 강요의 유형이 갖는 가장 큰 폐해는 모든 문제를 규모로 향하지 않고 개인으로 몰아 간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플라스틱, 비닐 사용 줄이기라는 얼토당토한 캠페인 같지도 않은 행태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아니 그게 개인에게 물어야 할 책임인가? 그러면서 이를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단체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연결 짓는 걸 보면 박소연 같은 이들이 왜 그런지 알 수 있고, 여기가 왜 헬조센인지도 알 것도 같다. 정말 웬만한 멘탈로는 이해가 불가하니 멀쩡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세상 모든 문제가 왜곡된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다. 공감한다면 함께 이를 풀어갈 바탕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라고 한다면 그만이다. 난 강요할 이유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 그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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