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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에 부응하고자 하는 거창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TV를 없앤 지 벌써 10년이 다되어 간다. 잘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시간은 뒤로 더 물러날 테지만, 어쨌든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것이 생각과 판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땅과 저 땅을 가르듯 세상만사가 생각만큼 그리 쉽게 구분되고 단절되는 건 결코 아니기에 쉽게 말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굳이 보려 하지 않았던 TV와 그래서 자연스레 치운 TV였지만, 아주 완전히 안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금까지도.

 

TV 방송이란 것이 독점적 위치를 점유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 시간이 (인간 수명이 지닌 한계에 비춰)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니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물론 이젠 변화에 발맞춰 그 매체마저 브라운관으로부터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성격도 완전히 다른 도구로 까지 이동했음에도, 이를 TV 방송이라는 그 이름 그대로 부르는 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그래서 난 하나의 앱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튜브와는 이제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 그렇게 세상이 변화한들 변화를 주도하던 위치가 바뀌어 따라가는 입장이 되어서도 그냥 낼름 버리지도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할 게다. 그들의 방송 영역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나, 내가 여전히 TV를 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변화를 주도하는 쪽이 단순한 하나의 힘만은 아니기에 시대가 변한다 해도 그 속에 잔류는 있게 마련이고, 실제 그렇기도 하다. 이제 실제로 방송은 스마트폰에 앱으로 존재한다. 물론, 방송이라는 것이 과거의 그것과 달라졌으니, 여기서도 새롭게 정의 내리고 구분지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새로 와 닿는 방송이라는 1인칭 관점과 달리 지금까지의 방송이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영역, 하나의 힘과 등가였다는 걸 상기하고, 이를 환기하자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근데, 난 이게 문제다. 글을 쓰려면 생각한 골자만 냅다 쓰면 되는데, 그걸 말하기 위해 구구절절해야 하는, 이래저래 할 말이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는 게. 거두절미하지 못하는. 이걸 무슨 장애라 하던데...

 

어쨌든 그렇게 보게 된 방송이 있다.

어느 여자가 어떤 남자 연예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온라인으로 신청(?)하여 그와 일정 기간 동안 만나는(사귀는?) 내용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이었는데, 원랜 일반인이 인지도 있는 어떤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내가 본, 아니 본 것이라 보단 앞서도 말했듯이 TV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로 옆에서 누군가 보고 있으니까 귀로 흘러 들어온, 혹은 그 방송을 본 이로부터 전해 들어서 간접적으로 인지하게 된 그 방송에 출연한 신청자(?) 또한 그냥 일반은 아니고, 방송인이라고 해야 하는데... 뭐~ 콕 찝어 그냥 말해도 되는 것이겠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뭐 그게 이 얘기에서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 주변 사항에 대한 건 그야말로 거두절미하고, 그냥 내 생각을 풀어 그 얘길 하려고 한다.

 

그 방송에서 (의도된 것이라고 해야 할지) 보여진 주요 내용은 그 신청한 여자가 연예인 남자를 좋아하지만, 그 남자는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고,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대라면 공감대, 아니면 어떤 남의 사랑하는 감정, 또는 그 밀고 당기는 모습에 대한 관음증(?)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닐까 느껴지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문득 궁금했다. 그 여자는 왜 그를 좋아한 것일까? 하필이면. 그리고 정말 좋아해서 그런 것이었다면 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건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뭐 솔직히 그건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그 방송에 나왔던 이들 중 결혼한 이들도 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뭐 그건 그저 현실적인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저 앞뒤를 끼워 맞추기 위한 소재일 수도 있으니.

 

 

 

 

방송이 독점적 위치를 공고히 하던 때 그 독점적 위치라는 상징성에는 표면적으로 "공적" 혹은 "공공의"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하지만 세상이 (적어도 내 눈엔) 그런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만 나타나진 않았다. 게다가 내가 살며 보던 세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간판으로 달고 있었으니까. 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건 이득이고, 그 이득을 채우기 위해 제약되는 건 실제로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방송이 상업화되는 경우, "아니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는 거다.

 

하긴 그렇다고 그걸 무시할 수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아니 정말 그게 문제였다. 아무리 의사를 믿을 수 없고 경찰이 부패하고, 검찰이 스폰서라 한들 문제가 생기면 그들을 찾아야 하는 것이 순리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 여자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잔 정말 그 남자 연예인을 좋아하는 걸까? 왜 좋아할까? 좋아하는 것에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하자면 그렇다고 그런 방송에 출연하면서까지 좋아하는 마음을 세상에 보여줘야 했을까라는 의문?

 

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결혼에 성공(?)한 예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를,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정말로 그건 알 수 없는 일지만, 과연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자신을 남겨진 그 방송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그때도 지금과 같을까? 그게 궁금했고, 우려스러웠다.

 

무엇보다 그 방송(그것도 상업을 기치로 내건 그 방송)이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활용할지 알 수 없는데(동영상 편집이 무섭다는 건 아는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고, 이제 과거와 달리 누구라도 자신이 본 방송이나 동영상을 손쉽게 저장하고 편집할 수도 있는 세상임을 감안하면). 게다가 자신의 지금의 마음과 이후의 마음도 알 수 없고, 더욱이 그리 자신에 대해 관심도 없는 그 남자가 지금 원하듯 자신에게 마음을 이끌리게 될지도 알 수 없는데...

내 결론은(모든 게 그렇듯 결국 그 생각의 끝은 내 생각일 뿐임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 여자가 순수하게 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저 순수해서 주변적인 사항들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생각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생각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요소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는.

 

만약 그 여자의 마음이 변했다면 혹은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그럼 그 여자가 방송의 왜곡이나 오해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저 내 생각에서는 그 여자는 방송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며 뻔뻔해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한 답변에 그 시절 함께 했던 이들이 아무리 아니었다고 해도 그냥 아니라고 입을 그냥 닦아 버려야 한다는.

 

문젠 그게 쉬운 얘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보통 멘탈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니 어쨌거나 그 여자는 후회하게 되리라는 건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다. 그러니 대체 왜 그랬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어느 분인가 절절하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여자와 남자의 사랑에서 그 관계는 남자가 더 좋아해야 한다."

글세, 이게 꼰대 같은 생각이고, 구시대적 발상의 잔재일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현재와 같은 세상과 상황에서는 정말 그런 거 같다. 때문에 적어도 여자가 영민하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표현을 드러내는 건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데, 하고 보니 이 말도 쉬운 말은 아니다. 자칫 너무 표 내지 않아서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그래서 밀당이라고 했을까?

 

그 좋아하는 마음을 방송에까지 나와서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당연히 방송사와 계약을 했을 것이고, 그 방송 출연의 댓가를 받았을 것이며, 그 계약의 조건에는 방송의 소유는 방송사에 있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 얘길 글로 쓰기 전 같이 사는 이에게 나으 생각을 전하니~

 

"너 참 복잡하게 산다"라더라는.

그리고 너나 잘하고 사세요라는 표정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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