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좋아하듯 저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모차르트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곧 천재라고 하는 인식이 우리가 그의 이름을 상기하며 함께 떠올리는 등식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최근 들어 나오기 시작했죠.(그 최근이라는 시간도 보는 이의 관점과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군요. 전적으로 저의 기준으로 할 때 대략 10년 전후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최근이라고?! 그렇습니다. 그건 보기 나름이기도 하고요.)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은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이 그가 타고 난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가 음악가 집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의 음악적 천재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깁니다. 어떤 경우 이러한 주장은 일정 부분 맞다는 생각과 함께 왜 그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죠.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쉽게 반박되는 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러한 배경이 모차르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었다는 점이 바로 지적된다는 데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그의 환경이 그의 음악적 재능을 펼칠 수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알고 보면 그의 음악이 듣기 좋은 것도 익숙함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지 소재가 됩니다. 생소하다면 좋은지 알 수 없거든요. 그의 음악이나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유사한 형태의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어느 누구든 애초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건 아니니까요. 뭐~ 생소하다는 것이 무조건 느낌조차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요.
확실한 건 그와 같은 환경이 다수에게 적용되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좋은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은 단지 추론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데, 호옥시~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이 세상 음악을 다 들을 수 없는데 그만큼 많아진 음악들을 다 듣지도 못할 것이니 문제가 있고, 너무 많은 음악의 홍수로 그 음악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게 될 것이라서 좋지 않은 거라고...
음악적 재능을 달리 보는 이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을 특정한 누군가에 의해서만 독점되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이죠. 바로 인공지능으로 음악을 만드는 쥬크데크(Jukedeck)의 공동창업자 패트릭 스톱스(Patrick Stobbs)의 주장입니다.
그는 globaluniversityventuring.com 인터뷰를 통해 쥬크데크가 좀 더 일반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하는데, 그 이유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작업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시간과 돈이 있어서 악기를 배우거나, 스스로 습득할 시간이 없다면, 아무나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없다면서 고작해야 테이블을 두드리거나 비명을 지를 수는 있어도,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죠.
Jukedeck remixes music composition
또한 그는 음악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쥬크데크와 사진 공유 플랫폼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비교하며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보다 보기 좋게 보정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쥬크데크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하며, 이런 것이 음악 창작 과정을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Patrick Stobbs / Jukedeck Co-Founder & COO / TechCrunch Disrupt London 2015에서 우승당시 모습
이를 풀어 해석하면 인공지능 쥬크데크의 목적이 단지 음악을 알아서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데 있어 주변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닌 음악을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데 있다는 얘깁니다.
사실 그간 돌아보면 살리에리 증후군에 빠져 그저 음악을 들으며 좋다 나쁘다는 생각 했어도 직접 음악을 하고자 하는 욕망 이면에 쉽지 않다는,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그러한 체념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닙니다. 가까우면서도 가까울 수 없었던 이유기도 합니다.
처음 패트릭 스톱스(Patrick Stobbs)의 이 주장을 접했을 땐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곧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기타를 자연스레 스스로 습득했던 경험에 비추어 음악을 익숙하게 자주 접하다 보면 감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을 이미 체험적으로 인지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설레지 않을 수 없는 건 이러한 사례가 음악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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