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서 봄은 살만한 시기입니다. 그건 감각으로 먼저 인지되는 것이기도 하죠. 그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꼭 그렇게 규정 지을 순 없겠지만) 아직 찬 기운이 조금 더 남아 있는 3월과 좀 더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5월보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면서 추위가 가시면서 완연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4월이 진정한 봄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을 보내고 맞는 봄은 한편으로 잉태하고 있던 새로운 생명들이 꽃피우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인 님은 4월을 시로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죠.
4월의 시 | 이해인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어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해님은 근현대사 속 우리 기억에 자리한 봄을 생각했을까요? 다른 기억보다도 4월이 슬픈 건 아직껏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세월호 참사가 슬픈 건 슬픔의 강도를 무한대로 고정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더 아픈 상처로 이전의 상처가 지닌 아픔을 상쇄시키듯.
4월이면 듣게 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딥 퍼플(Deep Purple)의 April. 이해인 님의 시 4월과는 또다른 느낌이면서 어딘가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드는 이노래를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아픔을 생각하고 슬퍼하기보다는 그러한 아픔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기 위해 잊지는 않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모습이 어떤 것인지 상기해야만 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같은 사람을 바라보고 함께 행복한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까닭에 이해인 님은 내년 봄이 아니라 오늘 이 봄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는지 모릅니다. 그 말은 오늘 곁에 있는 우리 모두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4월 16일은 그런 의미에서 이제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슬픔을 가누고 마감하는... 그래서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살아왔던 시간만을 따지더라도 어떤 날이고 특별함이 없겠습니까마는 그렇잖아도 4월이 부여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게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 서울시
그러니 더더욱 세월호의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만 합니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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