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되어 변화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가 발생되어 적용된 것인지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모두 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익숙함’이라는 것과 그 익숙함을 주도하는 ‘편리성’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였을 겁니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시시때때로 변화했던 과정도 그랬죠. 그 첫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시작은 사람의 입을 통해 즐겼고, 이후 다양한 악기의 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음악이 전문 영역으로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당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람의 입과 악기 혹은 부수적으로 소리를 발생시키는 도구들을 직접 활용하는 것만이 그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기간 이어졌습니다.
▲ 최초의 축음기를 발명한 에디슨
이러한 한정적 음악을 즐기는 방법의 탈피는 근대에 들어와서야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 모두에서 특정된 상황에서만 들을 수 있던 음악을 시간과 공간의 구애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불과 약 140년밖에 되지 않은 일입니다. 바로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음원 매체로써 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물론, 알려져 있다시피 에디슨은 음악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고안한 건 아닙니다. 뭐 결과적으로 그러한 애초 목적이 포함되어 활용되고 있긴 합니다만.
재밌는 사실은 축음기와 함께 사용된 음원 매체라고 할 수 있는 LP가 최근까지도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인류 중엔 LP를 구경조차 못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시대가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변화의 시대 말미를 거쳐온 나이 좀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경험했듯 LP가 저변에 확대되어 활용되던 마지막 시기, 음악을 즐기기 위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활성화되었던 매체는 카세트테이프였습니다. LP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고 관리에 있어서도 늘어나거나 잘 씹히는 문제가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이동이 용이했다는 점에서 대중적일 수밖에 없었죠.
기술적으로 획기적이라고 했던 CD가 발매된 이후로도 카세트테이프의 입지는 공고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대중에 보급되고,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디지털 음원 기술의 총아라 일컬어진 MP3가 출현하면서 카세트테이프도 사라질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운명은 현실이 되었죠. 완전한 Mp3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Y2K로 지칭되던 세기말을 전후한 시점의 일입니다. 한마디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간간히 LP 레코드를 고집하는 이들이 아직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건 말 그대로 극히 일부 마니아 층에 한정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리 대중적 확보를 하지 못해서 그렇지 LP와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CD의 중간중간에는 MD(Mini Disc) 등 적잖은 매체들이 존재했었죠. 대부분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이쯤에서 더욱 흥미로운 건 기술의 발전은 음원 기술의 총아라 일컬어지던 그 MP3 역시 음악을 즐기는 방법(그 방법도 몇 번에 걸쳐 변화가 있었고 Ogg 등 다양한 유사 포맷의 파일도 존재했지만)으로 활용될 시간이 그리 남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초고속 통신망을 활용한 스트리밍이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대두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통신에서 스트리밍은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게 음악을 좀 매니악(?)하게 즐기는 이들 중에는 자신만의 취향과 기호를 마치 대단한 전문 영역인 양 내세우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결코 취향과 기호를 무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닙니다. 취향과 기호는 그것 그대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즐기는 것에 어떤 틀이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이해된다는 것이 좀 불편하다는 얘깁니다. 아예 어떤 경우는 디지털의 깨끗한 음질이 인간적이지 않아서 LP의 잡음이 듣기 좋다는 식으로 그게 장점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더군요. 더 멀리 나가는 경우엔 LP가 디지털 음원보다 소리 질이 좋다고까지... 우왕~!
▲ 무손실 디지털 오디오 코덱 FLAC
말씀드렸듯이 음악을 즐기는 개인적 기호와 취향은 그대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강요 아닌 강요처럼 느껴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음악이 대중화된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편리성과 비용적인 부분이 합치되어 시대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되어 왔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는 기술과 상황, 대중의 욕구가 서로 결합되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저변의 확대만이 아닌 음악감상이라는 문화생활에 있어 평등적 요소를 부여한 획기적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진화론에서 부족하나마 한 가지 가설로 설명되었던 용불용설처럼 말이죠.
▲ 디지털 시대에 맞게 USB형태로 출시된 LP용 턴테이블
현재로써는 LP와 같은 과거 음원 매체로 음악을 듣는 이들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남아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분명한 건 대중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방법으로써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할 것이라는 건 너무 확실하다는 사실입니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건 음악이 다시 특정 소수의 전유물로 퇴보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결코 그런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유튜브 하나만 해도 얼마나 좋은데… 그게 말이 되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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