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지속될 이 전율과도 같은 느낌. 떨어지는 언어력으로 이를 적확히 표현할 수 없음이 그 허기짐을 더하게 만듭니다만, 당분간 그 감흥은 계속 이어질 듯합니다. 그게 더할 수밖에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임에도 선고가 내려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떻게 잘못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지 떨리는 마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 전원이 일치된 판결을 내릴 것이란 사실은 적잖은 분들이 예상한 바였지만, 치가 떨릴 만큼의 비정상들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뒤틀린 굴절된 시간과 그 어둠 속에서 자연스럽게 투영된 부정의 마음으로 오히려 그 반대 상황들을 지레 당연하다는 듯 그러려니 해왔기에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그러한 포기의 마음도 한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이 모여 그렇게 큰 촛불로 주권자 혁명을 이뤄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물론 한편으로 그 정도(?)를 지키지 못하고 자신들의 끝없는 욕망으로 나락에 떨어질 것을 인지하지 못한 무모함이 혁명의 촛불을 발화시킨 도화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6. 11. 24 / 경향신문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겠지요?
이 말이 지렁이에게 그래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건지 지렁이를 밟는 대상으로 하여금 각성하라고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더욱이 민의를 대변한다던 정치인들(그들의 속내가 정말 그런지 알 수 없다는 건 함정이겠지만, 어쩌면 그건 사실일 겁니다.)의 모습은 무기력 그 자체였습니다. 댓통의 두 번째 담화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는 참으로 거시기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는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절박한 민의가 하나로 모아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 탄핵 그 과정을 나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역사가 이러한 결과를 미리 정해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의아함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 언젠가라도, 누군가라도 함께 서로 다른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의아함은 이번 탄핵 심판을 있게 한 출발점에 있습니다. 어떤 정보의 출처를 밝힌 점에서 보자면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흔히 말하는(결정적 단서라는 의미의) 스모킹 건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의아함은 그다음에 있습니다. 그것이 빼박 캔트(?)가 될 만큼 컸던 것이냐는 겁니다.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뻔뻔함으로 밀어붙이는 게 특기였던 한 통속의 그들이 그렇게 쉽게 인정하도록 만든 이유(혹은 요인은) 무엇일까? 그 점이 의아했고, 궁금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첫 번째 담화문에서 최순실과의 관계 및 부정적 사실 일부를 인정했다는 겁니다. 지지율은 지지하지 않던 이들이 지지함으로써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던 이들의 심적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어떤 시대적 심리인지 몰라도 말이죠.
그렇게 인정한 첫 번째 담화문은 이를 보고 들었던 상당수의 지지자들을 실망시켰고, 지지하는 마음의 변화가 일게 만든 시발점으로 보였습니다. 그 시점에 급격히 떨어진 콘크리트라고하던 그 지지세와 정서적 이반은 그것을 증명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 정도까지 흘러갈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개 돼지로만 인식했던 것에서 그 이유가 있겠죠. 그런 그들을 공고하다고 무의식적으로 꺼려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과연 탄핵된 대통령 하나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간 쌓인 엄청난 분노가 아니라 차분히 이 사안을 바라보면 좀 더 명확한 진실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의 문제가 다를 뿐 세상은 순환된다는 사실입니다.
박근혜가 정말 대단한 능력자라서 친박이라는 친위대(?)가, 그를 추종하는 정치 세력이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그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박근혜를 지지한 이들 다수는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장노년층이 주를 이룹니다. 그들에게 박근혜는 허상일지라도 왕 그 이상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으니까요. 만일 그들이 왜곡된 힘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 다양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가당찮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그럴만한 여유를 가져보지 못한 채 한 평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 더더욱 그들은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직간접적으로 군주제라고 하는 공고한 신분 계급 사회를 인식 저변에 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대중이라고 하는 생각이 깊지 않은 군중으로써 여론 몰이 숫자에 불과했던 그들은 왜곡된 표면적 사실로만 판단하고 지지했던 것이라는 판단은 그 사실에 기초합니다.
지난한 어둠의 터널이 길게 느껴지는 것도 100년도 살지 못하는 현재까지의 인류가 지닌 시간적 한계 때문이겠지만, 그러한 흐름이 반전으로 이어지는 시대를 결론적으로 그들이 만들었다는 점도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러한 지지세를 등에 업은 불완전한 권력을 치켜세우며 자신들의 안위와 영욕만을 채우려 했던 위정자들을 비롯한 부역세력들의 끝없는 욕심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 말이죠. 대표적으로 그들 세상을 위해 억지로 만든 종편이 그랬고,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내세운 헌법재판관들이 그렇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결과만이 아닌 그들의 옳그름에 대한 행위에 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젠 공고하다고 착각한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으로 확신한 채 시대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거죠. 눈에서 레이저 나온다는 얘기를 그는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 머리 속에 대한민국은 왕조국가이자 자신은 적자였을 것이구요. 게다가 이전과 다르게 말을 적게 하려 해도 대통령이 그럴 수 있는 자리도 아니라서 머리는 따라주지 않는데,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하는 단어들의 나열만 하다 보니 바닥을 드러내는 건 당연히 시간문제였습니다. 언제 한 번이라도 진실한 책임을 언급한 적도 없습니다. 뭐~ 이제사 그런 기대조차 가당찮음이 명확해졌습니다만...
이는 반대로 그런 허술함에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살아야만 했던 시간이 황당함 외엔 달리 해석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정말 억장이 무너질 만큼 억울한 일입니다. 그러니 그 반헌법적 부역세력과 위정자들을 가만 두면 안된다는 겁니다. 결코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제 그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 인류가 지닌 한계로써 시대 변화의 흐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식해야만 한다는 점은 누구라도 생각하도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야기하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탄핵은 우리가 바라던 결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과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이번 사안을 계기로 더욱 인식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만 바라보며 잘 사는 나라나 발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잘 사는 것을 원하는 것보다 함께 행복한 살기 좋은 나라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즐겁지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나라가 잘된다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지겹도록 경험했으니 이젠 대통령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그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당당히 요구를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은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될까요? 국민을 위해 공복들에게 명령하는 자로써의 대통령이라고?!! 아이고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거든요.
어쨌든, 지독한 유신의 망령이 물러가고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 당장은 그 벅차오르는 가슴을 충분히 느끼고 즐겨야 하겠습니다. 누구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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