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소피스트이자 철학자였던 고르기아스(Gorgias BC 485~380)는 세상의 모든 가치를 부정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이유로 그는 허무주의자로 불리기도 했었죠. 현대에 이르러 수많은 논거와 주장을 바탕으로 한 이론들은 저마다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지만 그 무엇이든 반대 논리가 없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사람의 한계에서 기인한다는 논리로 고르기아스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1.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2. 존재하더라도 인식될 수 없다.
3. 인식되더라도 언어로 전달되거나 해석될 수 없다.
이 말을 그가 제일 먼저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만, 그가 그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그렇게 확고히 생각했음은 남겨진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익히 배우고 들어왔던 대로 소피스트의 성향 자체가 반박을 위한 반박의 언어술에 기초했으므로 그가 얼마나 깊이 생각했었는지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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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도 더 지난 21세기에 살고 있는 저는 그러나 그의 주장에 지극히 공감합니다. 지난 포스트들의 편린 속에 적잖이 그러한 생각을 언급했었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나조차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세상 흐름에 아웅다웅 부딪고 살아가는 건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르기아스의 주장과 이론에 경도되어 무엇이 현실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주어진 환경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누구며, 무엇이고? 인식될 수 없는데, 생각하는 나는 무엇인지... 결정적으로 인식은 되더라도 언어로 전달되거나 해석될 수 없다는 언어의 한계는 언어가 지닌 한계가 아니라 인간 지능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들이 그렇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이런 생각이 뭘 제대로 알고 하는 말도 아닙니다. 누구 말대로 막 가져다 붙이는... 그게 누군 통하고 또 다른 대부분의 누군가는 통하지 않기도 하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뭐~ 모를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누군가는 또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런 생각 끝에 떠오르는 우리 속담입니다.
하룻밤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이 말이 지닌 뜻이 이토록 깊고 무서운 것일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세상에 난무하는 그 수많은 주장과 이론들... 그걸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 이해해야 하는지. 세상에 처음 태어나 처음 맞는 모든 대상이 대체 뭔지 알고 말이죠? 그럼 그렇게 짖어 대는 하룻밤 강아지가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있을까요? 어쩌면 그것이 누군가에겐 행복할 수 있는 이유이자 힘이 될 수도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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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은 밤하늘의 별을 보면 좋을 텐데... 비가 오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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