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이민도 빈번한 요즘은 많이 볼 수 없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기억을 통한 판단이라서 정확하다고 말하진 못해도 예전엔 분명 당연하다고... 아니 원래 그런가 보다 했던 모습이 있었습니다. 해외 경험을 할 수 있던 이들과 그렇지 못했던 이들의 신분 관계가 명확했던, 그래서 그것으로도 뭔가 좀 있고 없고로 갈리던 때라서 말이지요.
나라 밖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물 건너 다른 나라를 경험하고 온 이들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쌀 나라 미국은 최고였죠. 그런 그들에게서 징표처럼 나타나는 명징한 공통된 모습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혀 꼬부라진 말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어 발음이 원래 그러하여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해외 물을 좀 먹은 표식인 듯 보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문제가 파생되기도 했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튀어 보이고자 하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그런 이들인 양 둔갑하는 사칭과 사기에 준하는 사례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으니까요.
예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TV 코미디 프로 중 햄버거 집에서 일어나는 꽁트에서 햄버거 만드는 그 가게 주방장의 배경이 그랬습니다. 쌀 나라는 근처에도 가보질 못했지만 버젓이 미국에서 정통으로 햄버거 만드는 교육을 받고 이 나라로 돌아온 엘리트(?) 행세를 하는 역이었습니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에 앞뒤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그 배역에서 미국을 다녀왔다는 것을 제시한 증표도 그 주방장의 혀 꼬부라진 소리였습니다. 특히 햄버거 발음을 햄벅~으로 R발음이 빠다스럽던... 그~!
그 인식에 전환이 생기고 그것이 대중적으로 표출되었던 계기였던 것으로 야구선수 박찬호의 혀 꼬부라진 소리로 기억됩니다. 시기적으로는 이미 일정 조건에만 부합하면 누구나 해외여행은 물론 이민도 자유로워진 때라서 그랬을까요? 미국으로 건너간 지 몇 년 되지 않아 혀 꼬부라진 말투로 우리말을 하는 모습이 사람들은 좋아 보이지 않았는지 질타가 쏟아졌고, 그것이 계기였을까는 알 순 없지만 이후 박찬호의 인터뷰에서 완벽히는 아니지만 이전과 다르게 혀 꼬부라진 소리가 부쩍 줄어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느껴지는 것이 그 부분입니다. 너도 나도 해외를 방문하는 빈도가 잦고 학업과 사업으로 혹은 아예 외국에 정착하여 사는 사례가 늘어난 지금 예전에 보고 듣던 그런 혀 꼬부라진 소리가 거의 사라진 듯하다는 겁니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어를 오래 하더라도 우리말 발음에 큰 영향이 있는 건 아닌가 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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