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의 뜻도 모르고 사용하는 말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없이 보편적 어의로만 알고 말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다른 누굴 말하기 전에 창피한 얘기지만, 한 이십년 전 쯤 제 기억의 이야기는 그 좋은 예가 될 겁니다.
저에겐 은인과 같은 선생님 한 분이 계십니다.
평소에 연락드리고 인사 드려야 마땅하지만, 여의치 못해 명절에는 꼭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말씀드리려고 하는 이야기는 그 어느 명절 날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던 때의 기억입니다.
명절이 되어 선생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는데, 문득 선생님 부인되시는 분의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가 않는 겁니다. 분명 "사모님"이란 말을 종종 사용했으면서도 말이죠.
공교롭게도 인사드리러 가는 선생님께서 맡고 계신 과목이 국어였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찾아 뵙고 여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딴엔, 그래도 모르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하면서 선생님으로부터 무언가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어리석게도 제가 모르는 사실에 대해 솔직하고, 무언가 알려고 하는 탐구력이 많다고 하시지 않을까 내심 바보 같은 기대도 했지요. 선생님으로부터의 칭찬에 어떤 영향을 받을 나이도 아니면서... -.-; ^^
암튼, 선생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린 후 선생님과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다가 넌지시 여쭈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기대어린 눈빛을 하고서 말이죠.
"선생님, 호칭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선생님의 부인을 어떻게 호칭해야 하죠?"
이렇게 질문을 드리니, 선생님께서는 웃음을 머금으시면서도 좀 황당하단 표정을 잠시 지으시곤 별다른 지적없이 그냥 "사모님"이라고 하면 된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도 "이건 아닌 거 아닌가?"라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재차 여쭙고 말았습니다.
"보통 누구나 다른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사모님을 사용해서 그것과는 차별화 된 다른 호칭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다른 호칭은 없는 건가요?"
그제서야 선생님께서는 "사모님"의 호칭이 원래 "스승 師"자에 "지어미母"자로 이루어진 스승의 부인을 칭하는 말인데, 그 호칭이 널리 퍼져 2차적 어의로써 다른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고, 그건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스승"이 아닌 다른 사람을 높여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해 주시는 겁니다.
▲ 선생님 부인이란 의미 보다 높은 이들 또는 있는 이들의 부인을 칭하는 뜻으로 확대된 사모님.
상기 사진은 인기를 끌었던 한 개그프로 "사모님"의 한장면.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왜 진작 사전을 찾아 보질 않았을까 후회도 되고 선생님께 얼마나 부끄럽던지... 물론, 그 시절은 지금 처럼 인터넷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니까 사전을 찾아 보려면 좀 번거롭긴 했던 시절이긴 합니다만... 남들이 하는 말을 아무런 생각없이 듣고 본것을 뜻도 모른 채 앵무새처럼 말하고, 살았다는 생각에 반성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이후 사용하게 되는 모든 말들에 대해서 모두다 찾아 보고 뜻을 헤아려 사용했던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그 이후로는 어떤 단어나 말에 대해서 조금은 더 신경쓰고 찾아 보는 습관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말씀 드린 짧은 저의 기억이 그리 비중있는 예는 아닙니다만, 어떤 말이든 본 뜻을 찾아 보면서 제대로 된 단어 선택과 사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속도 빠른 전파의 시대에 있어서 그건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언어라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소통을 근간으로 변화되고 뜻도 그렇게 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분명 차이가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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