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 운전사"가 개봉되었습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 씨는 몇 해 전 "변호인"에서도 주연을 맡았었죠. 연기 잘하기로 이름 난 그의 출연이 의미하는 건 두 영화 모두 우리 현대사에서 여러 작지 않은 의미를 지녔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시대적 배경의 정점에 근원적 적폐의 화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같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두 개의 서로 다른(어떤 면에서는 상반된 느낌마저 갖게 되는) 그 직업 명칭이 제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그건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흐름과 이를 바라보며 해석하는 관점에 대한 생각과 혼재되어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아니 어쩌면 잠재적으로라도 항상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자가 들어간 직업이 최고라던 때가 있었습니다. 뭐 그건 지금이라고 크게 바뀌지 않은 인식이긴 하죠. 이를 빗댄 우스갯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자가 들어간 직업으로 자신들도 괜찮은 일을 한다고 하기에 무슨 직업이냐고 물으니까 돌아온 답변이 "마술사, 변장사, 사진사, 도사, 저승사자, 사기꾼 등등"이라고... 그러면서 문득 드는 의문입니다. 왜 전문직 혹은 높은 신분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사"가 들어갔기 때문인가?
무한경쟁 시대에 "사"자 직업도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선망의 대상임은 변함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택시 운전사와 변호인이라는 그 직업 명칭이 주는 상대적 무게감이랄까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걸 이렇게 증명하는 건지도 모릅니다만, 지구 반대 편에 위치한 북유럽 국가들에서 직업의 귀천 없이 모두가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사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니었는지...
아마도 영화 제목이나 그 영화 속에서의 배역이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것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을 리는 만무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직업으로 지칭되는 변호사라는 호칭과 달리 제목으로 변호인이라고 하는 다소 점잖은 느낌의 명칭을 차용한 것은 이에 관하여 어떤 고려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택시 운전사라는 명칭은 그래서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 생각 속에 두 상반되어 보이는 이 땅에서의 또 다른 신분적 요소에 대한 느낌적 느낌이 배우 송강호 씨의 열연을 통해 직업의 귀천 없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녔다고 하는 인식의 전환에 작은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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