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이유를 들자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큰 이유 한 가지를 들라고 하면 저는 주저 없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영화를 본 후 여운이 남을 때마다 포스팅(기록)을 해야겠다는 간절함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기대에 부응했을 때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것이든 너무 기대를 하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씨리즈 영화 "매드맥스 4 분도의 도로"가 그랬습니다.
이미지 출처: posterposse.com
그래서...
영화가 개봉되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보질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보시길 추천하는 의미로 왜 이 영화를 봐야만 하는지를 포스팅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영화 아바타 이후 이런 마음이 이토록 강하게 든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 5년 전의 아바타(포스팅)에 비해 부족할 수 있는 건 귀차니즘이 더해진 나이 때문일 텐데... 그 느낌에 대한 묘사와 표현만큼은 -잘 남기고 싶은 바램만은- 제 의지를 넘쳐흐릅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썼고 또 나무 위키 등에 너무도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본 포스팅은 제가 영화 속에서 공감했던 것을 주요 내용으로 서술하려고 합니다.
"희망 없는 세상… 미친놈들만 살아남는다"
매드맥스 4 분노의 도로를 홍보하는 대표적 문구입니다.
전통적으로("기본적으로"라고 썼다가 역사가 되는 영화니 이렇게 써도 될듯하여...) 액션이 바탕인 영화고, 학창 시절 맬 깁슨이 주연을 맡은 기억을 더듬었을 때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문구로 이만한 표현도 없을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bbs.danawa.com
하지만 영화를 본 후 부여받은 느낌은 숨 쉴 틈 조차 없이 지나온 모든 장면들을 차분히 정리하도록 만든 마지막 문장에서 보다 강렬하게 와 닿았습니다.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The First History Man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최초의 인류
얼마 전 제 아이들, 그리고 모 프로그램을 계기로 만난 몇몇 아이들에게 물은 적이 있었죠. 어른들이 자유로워 보이는지 아니면 얽매여 있어 보이는지...
답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도 보는 것이 있는지 얽매여 보인다고...
그리고 얽매이는 것의 중심에 "돈"이 있다고 정확히 짚어 내더군요.
아이들 앞에 서있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어리다는 생각을 하는... 나이만 들어가는 철부지란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데... 영화 매드맥스에서 말하는 저 말의 의미는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 의미심장한 문구만으로도 조지 밀러 감독은 지금까지 쌓은 연륜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느껴온) 사람들의 왜곡된 얽매임을 떨쳐 버리길 원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www.comingsoon.net / ▲ 조지 밀러 감독
영화의 배경이 되는 디스토피아 시대의 발단은 인간의 욕심입니다.
그 때문인지... 단지 영화 속의 배경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현실감이 배인 묘사라서 영화를 도구로 삼은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희망 없는 나라... 미친놈들만 살아남는다"
이미지 출처: imgbuddy.com / ▲ 영화 속 독재자 임모탄 조
그러나 지능적(이라 쓰고 "꼼수"라 읽는)인 권모술수로 외부에 보여지는 그들의 외형은 너무도 탄탄합니다. 또한 일부의 힘에 편승하는 추종세력에 의해 보다 견고하게 형상화된 왜곡은 그 자체로 거대한 힘이 되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현실은 어떤가요?
돈과 권력을 위해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부패의 연결고리는 사람답게 살아갈 이 세상의 토대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메롱슨지 메륵슨지... 그 일련의 과정들만 봐도 제대로 된 이들로 보이질 않습니다. 능력이라곤 발톱의 때만큼도 없으면서 -군대도 못 갈 만큼 병이란 병은 다 갖고 있는 비정상들이- 어떻게 하면 좋게 보여지고 지닌 힘을 유지할까에만 골몰하고 있는 그 모습 자체가 임모탄 조 그 무리들과 흡사해도 너무 흡사합니다. 2
이쯤 되면 대한민국 현실을 영화적으로 풀어낼 목적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돕니다.
생각 없는 대중 3들은 한편으로 추종하고 추앙하는 듯하고 실제 그렇기도 합니다만, 영화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 속에서 왜곡된 힘이 무너지면 언제 그랬냐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들 대중이 생명처럼 중요시하는 건 임모탄 조가 아니라 실제는 임모탄 조가 그들을 움직일 도구로 활용하는 물과 기름에 있다는 것 그리고 임모탄 조의 죽음을 확인하고 바로 그다음 힘이 누구인지를 살피는 모습이 말이죠.
이미지 출처: turntherightcorner.com
영화 초반 임모탄 조의 연설 모습을 망원경으로 살피며 물을 언제쯤 내려 줄지를 사람들에게 말하는 모습이라던가 퓨리어스가 미친맥스와 함께 시타델(Citadel)로 돌아와 죽은 임모탄의 실체를 보여주자 바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퓨리어스를 외치던 장면에서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도 새책 "담론"을 통해 말씀하셨죠.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됩니다. 인류 문명의 중심은 항상 변방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합니다. 콤플렉스가 청산되지 않는 한 변방은 결코 창조 공간이 되지 못합니다. 중심부보다 더 완고한 교조적 공간이 될뿐 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이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통적 매드맥스 영화가 지닌 스펙타클한 액션적 묘사로 전달합니다.
우리에게 희망이란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옳은 것을 실천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사람다운 인류가 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말이죠.
이 정도면 생각 있는 분들이 찾아 볼만한 영화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이미지 출처: mmmfilm.net
아니 뭐~...
재미적 요소로도 완벽하기에 그냥 볼만한 영화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영화 중간...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등장인물들 간의 신뢰를 쌓는 과정을 묘사하며 숨 쉴 여유를 주지 않았더라면 숨 넘어갈 만큼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기기에도 충분한 영화입니다. 오죽하면 해외 리뷰어들의 평가 중엔 이런 글까지 보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단 1분의 눈 돌리고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두 시간 동안 오르가즘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꼭 보겠다는 생각이 있던 것도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고, 상영시간에 맞춰 극장에 도착하지 못해 초반부 약 10분가량은 보질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눈과 귀로 입력되는 영화의 순간순간은 말 그대로 숨 넘어갈 만한 장면들의 연속이라서 오감이 온통 집중되는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완벽한 영화란 바로 매드맥스 4 분노의 도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이미지 출처: dispatch.co.kr
아직 못 보셨다면 꼭 보시길 강권하며...
끝으로 다시 한번 되새길 만한 영화 마지막 부분의 문장을 남깁니다.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 퓨리어스가 임모탄 조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던 것 역시 퓨리어스가 지닌 신체적 결함이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그래서 가능합니다. 이야기를 서술하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 결코 현실에서의 신체적 결함을 어떤 부족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 아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노파심에.... ㅠ.ㅠ [본문으로]
- 아~ 임모 탄 조가 현실보다 난 게 하나 있군요. 누구처럼 어떻게 할지도 모른 채 패션쇼만 하지 않고 스스로 직접 앞서 나가 책임 있게 싸우고 지휘한다는 점 말입니다. [본문으로]
- 실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도록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자아를 깨닫지 못한 이들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비"는 그 다른 신세대적(?) 표현이 될 수 있을 것도 같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 묘미 중 영화 전반을 장악하는 해비 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보신 분들이 모두 인정할 만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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