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것이 업도 아니면서 글에 애착을 넘어 집착하는 양 합니다. 글을 잘쓰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좋은 걸 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할 까닭은 없지만, 생각이 워낙 많다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이 많은 것에 따라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게 되고, 또 남기는(또는 남겨진) 글에 의해 다시 생각을 하게되는... 그래서 결국 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겐 긍정적인 일로 달갑게 생각합니다. ^^
그 과정에서 말이나 글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정확한 뜻도 자연스레 접근하게 된 건 당연한 귀결인지 모릅니다. 어쩌면 개인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쓰는 말은 통용되는 뜻 정도만 알면 되는 것이고, 그게 보편적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텃밭에 신경을 쓰지 않아 풀이 엄청나게 무성해졌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이른 아침 구름이 많아 햇빛도 덜하니 밭을 매자고 하여 오전 밭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장화를 신고 농기구들을 챙겨 풀들 앞에 섰는데...
이미지 출처: elizabethmurraytampa.wordpress.com
허걱~! 앞에 놓인 풀들이 장난이 아닌 겁니다.
삽괭이와 쇠스랑, 갈퀴가 있었지만... 이것들로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새벽에 비도 좀 왔겠다... 그래 손으로 하자~!
좀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되기도 했으나... 이내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생각해도 대견하다 싶을 만큼 정리되어가는 텃밭을 보며 입가엔 어느새 흐믓한 미소가 살짝 뭍어 나기도 했죠. ㅎ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린거죠. 어디선가 듣기도 하던... ㅎ
그래~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되는 거야!
그렇게 텃밭을 매며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밭(田)에 대한 유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풀 매는 일을 정리된 후 바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근데, 아쉽게도 제대로 된 검색 결과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저 단편적인 뜻만 있을 뿐...
뜻이야 추상적이더라도 모를리 없는 것이라서 밭이 지닌 뜻은 궁금한 원인을 풀 수 있는 단서가 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밭을 매다가 "밭"이라는 단어가 지닌 어원과 유래가 궁금했던 이유는 어떤 터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또는 어떤 생명체)가 살아가는 바탕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라고 하는 추론에서 비롯된 의문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www.localharvest.org
"밭"과 합쳐져 만들어지는 단어는 무수히 많습니다.
작물 이름과 만나면 모두 말이 되는 콩밭, 가지밭, 오이밭, 배추밭, 고추밭 등의 합성어를 제외하더라도...
텃밭, 한밭, 꽃밭, 갈대밭, 모래밭, 사래밭, 잔디밭, 눈밭, 자갈밭, 채마밭, 풀밭, 심지어 쑥대밭까지...
웬만한 단어와 어우러져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쓰임새에서 밭이 지닌 웅대한 원천적 힘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언어... 특히 영어에서 밭을 의미하는 단어가 "Field"라는 것을 상기할 때 우리 한글과는 밭에 대한 관점이 다르지 않은가 싶은... 이 땅에서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실제 세계적으로 논과 밭을 구분하는 곳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지역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 모두 논과 밭을 구분하지 않고 밭(田)이라 부르면 대부분 논을 의미한다는 군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논 답(畓)이란 글자는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우리식 표현이라는 겁니다.
즉,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 선조들은 밭(田)과 논(畓)을 구분했고, 다른 지역과 달리 삶의 터전에서 밭이 지닌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을 짜맞추다 보면 으례 이런식으로 흐르게 마련이겠으나...
우리 역사 속에서 밭이 지닌 그 의미가 순환을 담은 삶의 바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그럴듯한 추론이란 생각입니다.
어차피 이와 관련한 제대로 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좀 더 쎄개(강하게) 주장할 수 있고, 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이게 답이고 하나의 학문적 근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의 가지와 근거를 모아야겠죠.
어쨌든 밭(田)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에 있어 원대하고 숭고한 뜻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는 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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