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나이를 들어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이가 늘어난다는 건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와는 다르게 상대를 바라보는 의식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연령대에 맞는 호칭 -아이, 학생, 젊은이, 젊은이, 아가씨,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 을 듣게 됩니다만, 마주하게 되는 상대도 역시 그러하다는 생각은 좀 덜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합니다만, 언제 만났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모습은 그 시점을 두고 생각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냥 만난 시점에서 아저씨, 아줌마, 아가씨, 학생일 뿐이라는 거죠. 그러나 그게 너무도 당연한 얘기면서도 또 한편으론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오묘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만이 느끼는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를테면... 20년 전 태어난 아기들이 지금은 어엿한 젊은이로 살아가고 있다는 건 성장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질 않고서는 -옆에서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만나게 된 시점에서의 모습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됨으로써 그냥 보이는 그대로 젊은 사람으로만 생각한다는 겁니다.
▲ 추억의 광고
같은 얘기지만 어린 시절 보았던 시장의 아주머니 또는 할머니들의 모습이나 어른이 된 지금 시장에서 만나는 그분들의 모습 또한 저에겐 늘 같기만 하며, 살아 있다면 올해로 70세가 되었다는 존 레넌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비틀즈 베스트앨범 1962-1966
지금 모든 맴버가 생존하여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면 어떠할지...
그러나 "나"라는 주체를 기준으로 할 땐 그 당연하게 생각되는 호칭들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어린 시절 "애"에서 조금 시간이 흘러 "학생"이라 불리다가 어느 순간 "아저씨" 또는 "아줌마"로 불릴 때 느껴지는 당혹감이란... 경험해? 본 분들은 공감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자신을 생각하면 언제나 어리고 젊다고만... 아니 그 나이와는 상관없이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도 저 또한 앞서 말씀드린 당혹감을 잘 압니다. 그래서 덤덤히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것이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와도 연관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나이를 드는 것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그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이 한편으론 세상을 좋게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을 순화시키고 절제된 삶을 살아감으로써 자연스럽게 과유불급을 이해하게 될 것이기에...
며칠 전 한겨레 신문사 오피니언 필진의 밤 행사에 참석하여 나름의 모습으로 묵묵히 자신만의 영역을 쌓은 연륜이란 단어가 자연스러운 분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다르게 얘기될 수 있겠지만- 가까이에서 뵐 기회가 되었는데... 지금 생각을 하니 왠지 그분들의 모습에서 그분들 스스로도 대부분 그러실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새벽에 깨어나 우분투를 설치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메모를 하고 잘 정리하여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정리는 하나도 안 되고 횡설수설... 글만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나이가 든 거죠. ㅎ
하지만 이게 이야기의 결론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 내 생각의 편린이거니 하며 슬쩍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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