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부 독재시절 엄한 사람을 잡는 다는 말을 빗대어 하는 소리 중에 곰을 잡아 쥐로 만든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실제 당한 사람들에겐 우스개 소리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현재까지도 그렇다는데 있습니다. 이말은 다시 말해 완전범죄를 나라가 조장함으로써 범죄가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뺑소니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비슷한 차량 색상과 번호가 문제되어 수사에 참고하고자 한다는 연락을 받고 어느 형사를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몇 해 전의 기억인데... 지금도 생각을 하면 참 어이 없고 얼마나 불쾌한지 모릅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땐, 정말 그리도 친절하고 또 사고를 당한 유가족 등 처지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애절하게 요청을 함에 따라 말 그대로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으로 그 형사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형사를 만난 이후 상황이 이상하게 변질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형사는 다짜고짜 사고상황에 맞추어서 제가 마치 용의자라도 된듯 수사 선상에 두고 범죄인 취급을 하고 있었습니다. 몰고 간 차량 범퍼 오른쪽엔 오래된 주차하며 긁힌 자국이 조금 있었는데... 수사하는 사고와는 아무리 짜 맞추려해도 맞을 수 있는 것이 없는데도 그 긁힌 흔적을 사고와 연결지으려는 듯 뭔가 이상하게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감지 되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에 사고 시각 및 정황에 대한 알리바이로 그 형사에게 논리적으로 대응을 한 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바로 다음에 또 연락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그 형사의 목소리가 뒤통수를 치더군요. 그래서 즉시 되돌아 서서 그 형사에게 다가가 조근 조근 이야기 했습니다. 이렇게 없는 시간 쪼개어 나와 협조했으면 된거지 또 무슨 연락이냐고. 아무런 상황이 맞지도 않는 것을 짜맞추려 하나 본데, 사생활 침해하지 마라는 강력한 경고의 한마디를 덧붙이고 뭐라 하건 말건 나와 버렸습니다.
이후 연락이 더 오진 않았지만... 정말이지 지금 생각을 해도 사고의 누명을 뒤집어 쓸뻔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거시기 하고 좋질 않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PD수첩을 보니 저의 기억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으며... 곰을 잡아 쥐라고 하는 참으로 어이없는 과거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힘없는 이들을 상대로한 한심한 작태가 아직도 변함없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더 기막힌 사실은 잘못된 수사를 진행하여 엄한 사람을 범죄인으로 만들고 옥살이를 시킨 장본인인 해당 수사관의 태도였습니다. 어찌 인간으로써 저럴 수가 있을까? 저런 XX가 정말 생사람 많이 잡았겠구나 싶으면서 정말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튀어 나왔습니다. 이런~ XXX
▲ PD수첩 방송화면 캡쳐(뻔뻔한 수사관 x의 인터뷰 조차 거부하는 모습)
개인으로 볼 땐 눈꼽 만큼의 인간적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저 수사관이라는 XX와 같은 치기는 더 생각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나라의 경찰제도와 수사환경을 생각하자니...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제도와 환경 속에서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또 그렇게 보고 배우고 관행처럼 이제껏 그래온 경찰들의 모습에서 무얼 더 바랄 수 있을까라는 자조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과오가 그들 선배들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오죽할까 싶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일제시대의 순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 수사관이란 XXX는...
PD수첩 2010년 11월 2일자 "44건의 누명, 경찰의 범인 만들기" 방송에 의하면 범인의 누명을 쓰게 된 두명이 10대 아이들은 왜곡된 수사로 인해 없는 죄를 있다고 거짓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자백으로부터 늘어나게 된 범죄혐의가 44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폭행이 있었음도 아이들의 증언을 통해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로 곰을 잡아 -아니 이건 쥐를 잡아 곰이라고 하도록 했다고 해야 더 말이 될 듯 합니다만- 쥐라고 하는 수사행태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리고 누구든 걸리면 그냥 범죄인이 될 수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범죄 수사는 정말 쉽구나라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힘없으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왜곡된 힘에 의한 부조리한 생각들이 이나라를 감싸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 PD수첩 방송화면 캡쳐(범죄의 재구성)
그런데, 그 44건이란 범죄 혐의 건수도 아무것도 모른채 겁에 질려 있는 힘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수사되고 있는 100여 건의 누적 범죄 중 44건만 인정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타협을 시도했다고도 하니 도대체 언제 부터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ㆍ범죄 사실을 시인하는 대신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가 도입된건지... 아주 법을 자신들 맘대로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말이죠.
억울한 누명으로 피해를 당한 그 아이들은 현재 그 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의 인생이 망치게 되었다는 피해의식과 함께 공황장애까지 겪고 있다고 하는데... 이 아이들이 과연 이 세상을 제대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뿐만아니라 그 고통을 함께 했던 가족들을 생각하자니 정말로 마음이 좋질 않습니다. 정말로... 나 또는 내 가족 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떠했을까요? 끔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휴~
▲ PD수첩 방송화면 캡쳐
워낙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해괴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는 나라이다 보니 사람들의 기억 속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얼마 후 잊혀질 일이겠지만... 해당 당사자들에겐 이런 글 하나가 남겨지는 것 만으로도 작은 진실에 대한 기록이 되고, 또 그 아픔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족한 글이지만 조심스런 마음으로 글을 발행합니다. 물론 그 왜곡된 수사로 곰을 쥐로 만드는 치기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말 이 나라 대한민국의 현재를 들여다 보면, 정말 이게 말이 되는 건지 한심한 것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살기 힘든데... G20 듣보잡 행사 한답시고 떠들썩하니 국민들을 무슨 초등생 취급하는지 여기 저기에 온통 행사 포스터와 벽보로 도배하다시피 하며 계몽하려 들지 않나... 공정사회, 법과 원칙을 부르짖더니 대포폰으로 불법 사찰이나 하질 않나...
▲ 서울시 지하철 이곳 저곳에 붙어 있는 G20 홍보물
G20이 올핌픽 유치한 건 줄 알았다는 어느 분의 말이 떠오릅니다. 쥐20...
근데, 전 왠지 초등학교 시절 장학사 온다고 청소시키고 이런 저런 준비를 시키던 때가 생각납니다.
완전 초등생이 된 느낌 딱입니다.
그러나 더 문제는 이러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져도 유야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뭔일 있었냐며 그냥 흘러가는 이 나라의 현실과 궁민 수준입니다. CSI나 X파일이 따로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말이죠.
"열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옛말은 지금 우리의 경찰과 검찰이 꼭 새겨야 할 말"이라는 PD수첩 진행자의 마지막 멘트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터뷰 조차 거절하고 있는 해당 형사와 그 지휘라인에 있는 지체 높은 나리님들에겐 어떻게 들릴까 궁금해 집니다. 아니 과연 들리기나 할까 싶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더러운 영욕만을 바라고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여 어떻게 하면 쥐들을 잡아 곰이라고 자백하게 만들고 곰들을 잡아 쥐로 만들까만을 생각하겠지요?
아~ 그 쥐가 그 쥐라면 참 좋겠는데... 정말로 말입니다.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게 봐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글로 인해 그나마 선량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올바르게 일하는 일선의 경찰과 형사 분들께 누가 되면 어쩌나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그러한 분들이라면 이 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리라 생각하며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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