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로 일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한 13세 소년에 대한 기사가 몇일 전 방송과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대단한 뉴스거리인양... 특종꺼리로써 이 사건을 보도하는 그 방송과 기사들의 내용은 단순히 경악 그자체의 놀라운 기삿거리로만 바라보는 듯 느껴집니다. 실제 뉴스가 될만한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고도 볼 순 없어도... -그게 아닌데, 그렇게 느끼는 건 그 사람만의 몫이라고 한다면 제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
세상 얘기들은 듣다보면 왠지 단절된 느낌이거나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과연 세상에 사람들이 의도한 단절 -그러한 생각을 포함하여- 이외에 끊겨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워낙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건 실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 것일 테니... 어쩌면 당연한 얘길 겁니다.
공룡의 진화가 현재의 조류로 이어졌다고 하는 연구결과 -그러한 차원의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인간도 역시 공룡의 진화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울지 모릅니다.- 의 내용처럼 알고 보면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들과 어떤 연결고리와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방치료에서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신체 부위의 치료를 위해 발바닥이나 손바닥에 침을 놓는 것은 연결고리와 연관성이란 대략적으로 무엇인지를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 10월 21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 형사당직실에서 아파트에 불을 질러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모(13)군. 그런데 그 아이를 바라보는 기자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더 눈길을 끈다.
[사진: 연합뉴스]
관련 기사 ☞ “아빠만 없으면…” 평범한 소년의 잘못된 선택
그런데 하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편협하고 단절된 느낌으로 전달되어야 하는지... 또 그렇게 전달된 느낌대로 생각하여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이젠 계획적인 방화로 가족을 살해한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 저 13세 어린 아이가 저지른 방화를 과연 그 아이만의 과오로 치부해야 맞는 건지... 또는 그 아이가 그렇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그 아이의 아빠가 잘못된 교육을 했기 때문만이라고만 하면 되는 건지... 보여지는 기사들의 내용이나 그에 따른 반응들을 보면 그것이 일반적인 생각들인양 비춰집니다.
얼마 전 정신지체 소녀를 집단으로 성폭행했다는 사건에서도 일단 그 사건에 대한 판결에 문제라고 인식은 접어 놓고라도 그 사건을 단지 그 사건의 놀라움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노릇이고, 또한 그 아이들만의 문제라고 할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고 듣고 배우고 그간 그렇게 세상이 만들어진 환경에서는 당연한 얘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듯이 그에 따른 효과나 반작용이 있게 마련입니다.
어느 시인의 아름 다운 싯구에서 표현되듯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꽃이 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좋지 않다고 하는 모습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그 나름의 연관되고 연결된 사람으로써 각자의 책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조장하는 보이지 않는 왜곡된 힘의 장난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어찌 어찌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이 세상은 알 수 없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왜 살아야 하는 건지 이 세상의 복잡하고 또 어려운 여러 상황들이나 끔찍한 사건과 사고들을 접하게 되면 더더욱... 또한 형이상학적이고 오묘하며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광활한 우주를 비롯하여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우리 신체의 비밀과 당장 나 스스로도 나에 대해 어떻게 규정짓고 생각하며 판단해야 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갖는 사람으로써 사람이라는 기준에 알맞는 올바른 의식과 실천...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사람이 사람으로써 사람답게 어울어 질 수 있는 마음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우리에게 닥친 그리고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든 일들은 모두가 이러한 생각이 제대로 투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곡된 소유욕... 그것에서 비롯된 욕심!
가진 것 없고 능력없는 하찮은 이라서 이런 편한 생각을 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 소년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 소년이 행했을 이러한 비극도 없었지 싶은 염세적인 생각과 함께 어째서 이러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지 누군가에게라도 묻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저 아이를 만나고 싶어집니다. 어떤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또한 같은 사람으로써 저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갖었고, 또 앞으로 아이가 성장하여 어떤 모습에 어떠한 생각으로 지금을 바라보게 되고 세상을 살아갈지... 그리고 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아이로부터 또다시 영향 받을 누군가로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것이야 말로 단절시킬 일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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