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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식재료의 넉넉함


곳 블로그가 요리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곳도 아니며 더더욱 그 요리를 어떻게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도 좀 어색하긴 합니다. 물론 가끔 아내가 만드는 맛있는 음식이라던지 어느 특정 음식점에서 먹던 맛있는 요리에 대해 리뷰 형식의 포스트를 썼던 기억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

 

맛있는 요리에 대한 내용을 포스트로 작성하고자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기억 때문입니다.

우선 결론적으로 맛있는 요리의 가장 근본적인... 아니 기본적으로 갖춰줘야 할 사항은 다름아닌 "좋은 재료의 넉넉한 준비"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이 얘길 하자니 갑자기 농심의 자국민 우습게 보는 듯한 한중일 3국의 서로 다른 신라면의 품질과 양에 대한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오르는 군요. 암튼... -

 

저녁 식사를 하는데, 김치찌개가 얼큰하고 개운하면서 돼지고기와 어우러진 김치의 깊은 맛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돼지비계살의 쫀득함이 너무 맛있었는데... 돼지고기 비계살의 특성상 그 쫀득함이란 재탕으로 먹게 될 경우엔 그 맛을 잃게 되었다는 선험적 경험때문에 늘 얘기하던 투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돼지고기는 맛있을 때 빨리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저또한 밥도둑 김치찌개라는 생각에 밥 한숫가락 마다 쫀득한 비계살이 반정도를 차지하는 돼지고기를 한숫가락씩 찌개에서 퍼나르며 맛을 음미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그 맛이란 먹으면 먹을 수록 포만감에 의해 덜하게 되는 특성을 지녔기에 웬만큼 배가 불러오면서는 흔히 하는 말로 입에 물릴 정도까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는 아내에게 이렇게 또 말을 합니다.

"한끼 식사 정도로 먹을 만큼만 하지, 뭔 돼지고기를 이렇게 많이 넣었어... 남으면 다음엔 못 먹잖어?"

그러자 아내는

"국물 맛을 좋게 하려면 고기를 많이 넣어야 해요"
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고기맛도 고기맛이지만 국물 맛이 아주 좋았던 이유가 그랬구나라는 것을 새롭다는 듯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문득 지나간 옛일에 대한 기억으로 스르륵 연결되었습니다.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기억말이죠... ^^

 

▲ 음식은 기본적으로 좋은 재료와 적절한 양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사진은 탕국 식재료들)


70년대를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소유하고, 그 시절 보편적 삶의 테두리 안에서 자랐던 분들이라면 거의 같은 기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떠오른 기억은 명절 때나 제사가 있는 날에 먹던 탕국에 대한 기억입니다.

 

저희 어머님의 음식 솜씨는 정말 일품이셨습니다. -어느 어머님이신들 그러하지 않으신 분이 없을 겁니다만... ^^ - 그러나 그러한 어머님의 좋은 음식 솜씨에도 불구하고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그 탕국과 같은 고기국과 관련된 맛은 어린 나이에도 그리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크게 생각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그래서 명절 때마다  어머님께서 만드셨던 음식들 중 유독 탕국은 그리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탕국임에도 제 외가의 큰 외삼촌 댁에서 먹던 탕국은 저의 어머님께서 만드셨던 탕국과는 다르게 맛이 있었습니다. 그땐 그것이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없었지만...

 

어른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질 좋은 고기의 양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느냐의 차이였던 겁니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 할머님 제사가 있어 제사를 지내고 저희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데... 지금은 형편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었겠지만... 공교롭게도 어머님께서 제가 생각했던 그 맛에 대한 기억을 말씀을 하십니다. 형편이 넉넉치 못했던 시절에 구색은 맞춰야겠고, 없는 돈에 맞춰 적은 양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만든 음식들의 맛이 제대로 날리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머님의 친정이라할 수 있던 큰외삼촌 댁도 그 시절 형편이 좋았던 차이가 결국 음식의 맛으로도 이어졌다는 말씀이었는데...

 

▲ 명절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우리의 음식 탕국

 

 

할머님 제사때 먹었던 탕국 맛은 정말 그윽한 깊은 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어머님의 좋은 음식 솜씨가 형수님들께도 전수? 되어 좋은 식재료와 어우러져 맛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것을 어머님도 생각을 하셨던 거구요. 물론, 그 좋은 식재료와 넉넉한 양이라는 것 보다도 맛을 내는 요리기술과 정성은 더없는 기본적 요소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요리솜씨와 정성이 깃들어 있다 하더라도 음식의  식재료가 부실하다면 그 맛이 제대로 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좋은 음식의 식재료란 요리솜씨와 정성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맛있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문득 무엇보다도 이러한 맛있는 요리를 먹는 다는 건 어떤 특권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닌, 이 세상 모두에게 부여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먹거리에 대한 서민층의 부담이 한층 더해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 그것이 더더욱 절실히 다가오네요. 그리고 이제 곧 추석이라는 사실이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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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스트 hisa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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