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사냥

내가엮는이야기 2017. 5. 3. 20:33 by 그별

Share |

후 6시 50분경 목표물은 아직 힘이 남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저 넘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나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 사냥감을 잡기 위해 발길을 서두른다. 하지만 가파른 산길을 지나고 있어 생각만큼 빠르게 이동하기 어렵다. 그래도 목표물에 다가서기 위해 저 산은 넘어야 한다.


이제 7시 10분이 막 지나고 있다. 더딘 발걸음을 재촉하던 나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목표물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자리를 잡고 섰다. 목표물은 마지막을, 마지막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포효하며 붉고 진한 색채를 토해내고 있다.




사냥감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세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최대한 당겨 1차 샷을 날린다. 그런데, 멀다. 너무 멀다. 그나마 의미가 없지 않은 결과다.




7시 30분을 막 지날 즈음 목표물의 생기가 이전보다 덜함을 확인한 나는 1차 샷의 결과를 토대로 2차 샷은 당기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러운 의미를 담고자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가 서있는 자리도 산이 아닌 평지다.


헉~! 그러나 그 마음과 다르게 순간 방심하여 2차 샷과 함께 3, 4번째가 의도치 않게 연샷이 되고 말았다. 실수다. 이제 마지막 샷만 남았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녀석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럴 수가... 목표물은 강하고 그 거리도 가늠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남은 마지막 샷을 날려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7시 39분 목표물이 사라졌다.




결론은 사냥감으로 지목한 햇빛을 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임을 나는 안다. 나는 햇빛 사냥꾼이다.







Share |

{ ?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BLOG main image
디지털리스트 hisastro
디지털 세상은 나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사람人이라는 글자처럼... 따끈따끈한 디지털 기기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by 그별

카테고리

Blog 칸칸 (2087)
디지털이야기 (885)
생각을정리하며 (366)
내가엮는이야기 (11)
타임라인 논평 (80)
좋은글 (42)
짧은글긴기억... (136)
기능성 디자인 (154)
아이작품들 (36)
맞아 나도그래 (13)
사회복지정보 (27)
그냥 (238)
제안서 만들기 (97)

달력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get rssget rss Tistory 디지털hisastro rss

따끈한 포스트를 배달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