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봉건시대나 신분제 시대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그러한 과거의 질서가 존속되고 있는 것도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중 하납니다. 흔히들 은연중 수긍하게 되는 서열과 같은 힘의 질서가 일상으로 펼쳐져 있으니 말이죠. 나도 모르게 아니 어쩌면 의식적으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는 거죠.
그 이유를 모르지 않습니다. 형이상학적 문제도 아니니까요. 원초적으로는 먹고사는 것을 볼모로 하고 있으나 그것을 옥죄는 형식은 그저 종이 쪼가리 그것도 지금은 이진수 숫자의 조합에 불과한 화폐 즉 돈이라는 물건입니다.
어제인가? 엄청난 세기의 대결 운운하던 권투 경기가 있었죠. 기성 대중매체와 거리를 두는 저로써는 관심조차 없던 일이지만 흘러 다니는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라서 우연히 보게 된 뉴스인데, 제가 놀란 건 따로 있습니다. 돈이 지닌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마술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벌이의 향연이라고. 오죽하면 머니 파이트(Money Fight)라는 말까지 했을까요?
돈과 노력이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모두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일정한 등식이 성립한다고 할 순 없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작 몇 시간의 권투 경기 한 판으로 승자에겐 약 3억 달러(약 3381억 원), 패자에겐 약 1억 달러(약 1127억 원)라는 돈이 벌린다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유사한 이전의 사례들을 포함해서 저에겐 여전히 오리무중인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런 공개적 이벤트가 아니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지닌 잇점을 십분 발휘하여 부조리하게 엄청난 부를 쌓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이번만이 아닌 이러한 댓가를 획득하기까지 그들이 그간 흘렸을 피와 땀의 결실로 보자면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땅의 우리에겐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라는 겁니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로또가 평균 20억 내외임을 감안하자면 더더욱...
이미지 출처: SBS뉴스
그런데, 말이죠. 이런 돈의 향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이런 횡재가 당연하다고 인식될 수 있음이 좋은 현실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면 왠지 좀 슬픈 생각이 듭니다. 그 많은 돈을 벌어서 그들이 그 돈으로 그 돈의 가치만큼 잘 살 수 있을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좋은 것을 나는 아무리 해도 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건 정말 달갑지 않은 일이니까요.
자본주의는 돈이 세상을 살리고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해법임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어떤 이론을 제시한다거나 따분한 문제 풀이와 같은 건 절대 없죠. 알고 보면 제로썸 게임입니다. 저 권투 경기로 만들어진 돈의 원천은 그 재미 속에 묻힌 결코 저들처럼 될 수 없는 넉넉하지 않은 고만고만한 사람들 다수의 주머니입니다.
애청하던 팟캐스트 방송 지대넓얕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 기약도 없는 채 마지막 방송을 업로드하며 마감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방송이 좋았던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실은 기성 시스템 속에서는 드러날 수 없던 내공 많은 아직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보통의 사람들과 호흡하고 무언가 어떤 삶에 관한 지적 욕구를 부여하면서 또 그렇게 누군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느끼게 했다는 점입니다.
그런 애착 많은 방송이 종영되어 아쉬운 마음도 큰데, 다시 정주행 하고자 첫 방송부터 다시 듣고 있던 중 갑자기 방송이 실행되지 않는 겁니다. 그렇잖아도 방송이 끝나면서 혹시 기존 업로드된 파일들을 삭제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던 터라 불현듯 걱정이 앞섰습니다. 무작정 검색하여 우선 지대넓얕 방송을 다운 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과정에 중간중간 방송 파일들을 확인하느라 듣던 중 광고 내용을 접하는데...
익숙한 음성으로 이런 멘트가 흐르는 겁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늘 언제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것인데... 그것도 왜 지금껏 느끼지 못하다가 이렇게 그분의 음성으로 마주하게 되었는지... 계기라면 계기라고 해야 할까요? 우연한 일일 수 있지만 지대넓얕을 통해(앞서 왜 좋았었는지 표현했던 것을 포함하여) 나름 생각했던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 말씀으로 시장을 권력이 아닌 우리 삶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게 하는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 문구에 이끌려 인터넷을 검색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다음의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얼마나 강하게 와 닿았는지 지난밤 잠에 들기 전에 누워 이 글을 세 번 이상을 읽었습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읽으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글은 보았으면 합니다.
위의 글 맥락과 앞뒤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이런 내용으로 연결했는지는 아래 글 내용을 보시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곱씹어 보시면서 읽어보시길 강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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