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적으로 국내 모 통신사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외국계 다국적 장비 업체와 협력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몸을 담고 있던 회사에서 담당하게 된 업무였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지는 기억입니다.
그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즈음 문제로 거론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 점검 및 새로 도입하기로 한 장비에 대한 검수를 위해 해당 통신사의 담당부서 2명과 함께 그 외국계 다국적 장비 업체 연구소가 있는 유럽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하자면 함께 동행하게 된 국내 모 통신사 직원은 같은 편이 아니면서도 같은 국가 국민이라는 정서가 혼재된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일과 관계된 것을 제외하곤 그래도 그 끈끈한 한민족적인 느낌이 더 강하여 인천공항을 떠나 유럽에 도착하여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국내 모 통신사 직원들과는 막역한 관계처럼 좋은 모습이었고, 제 마음도 정말 그랬습니다. 하지만, 일이란 것이 그런 건지... 장비 검수와 기술 점검에 대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의 얽히고설킴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마중 나온 외국계 다국적 장비업체의 수행 담당자를 만나서도 일에 있어서는 실제 동반자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왠지 그들이 같은 편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어떤 책임과 의무라는 것이 -그간 주입된 강박에 의해서라도 그럴 수밖에 없도록 했을지도 모릅니다.- 두뇌의 명령체계는 생각과 활동의 범위를 한정시키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진행된 일에 있어서 국내 모 통신사는 고객이자 어떤 문제에 대해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의 대상이었고, 외국계 다국적 장비 업체와는 그것을 함께 풀어야 하는 숙명적 관계였던 겁니다. 실질적인 일이 진행되면서 같은 국민으로서의 그 느낌은 온 데 간데 없이, 어느새 그 외국계 다국적 장비업체 담당자와 귓속말로 일의 진행사항에 대한 주의 사항 등등 풀어야 할 핵심들을 귓속말로 주고받으며 동일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질적으로 동화된 듯 그쪽으로 온갖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언뜻 뉴스를 보니 한미 양국 수교 129년만 처음으로 한국계 미국인이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있던데, 그 뉴스를 접하고 떠올리게 된 기억입니다.
이번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된 그는 이미 주한 미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경력과 북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이래 북핵 6자 회담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북한을 방문한 것만도 10번이 넘는 등 대북 전문가로서의 이력과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2006년 주한 미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에 의해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탁됐을 뿐만 아니라 2008년 9월에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 ‘대사(大使)’에 오른 뒤 6자 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가 되었을 정도니 미국 내에서도 주한 미국 대사로써 손색없는 인물로 인정받을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보입니다.
일개 한 사람으로서 한 기업에 몸 담아 경험하게 된 작은 에피소드와 비교할 만한 것이 못되지만, 문득 제 경험에 비추어 한국계 미국인인 그가 주한 미국 대사로 임명된다면 그의 마음은 어떠할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수많은 국가적 이해관계와 쉽게 풀 수 없는 상황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말이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겠지만, 이 글을 보신 귀하께서는 어떠실 것 같습니까? 나와 국가, 민족(모국) 중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에 무엇이 가장 큰 판단의 기준이 될까요?
아~ 이런 건 지금 페루 감옥에서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처럼 권력의 최 상부에 있을 때 좀 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이중 스파이쯤 경험해야??? 흐~
그런데,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이번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그의 가족사와 이나라 역사에 얽힌 이야기가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그 사실에서 더욱 그가 대사로 임명되었을 때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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