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끼리 생활한다고 하는 요즘의 군대와 달리 예전엔 말단 졸병에서부터 최고참까지 내무반이라는 공간에서 동고동락(?)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지금은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단위로 동기가 된다고 하니 예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과 함께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얘길 꺼내자니 나이가 들었다는 걸 인증하는 것 같아 멋쩍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예전엔 그랬습니다. 요즘과는 다르게 나이를 들먹이고 나이 먹은 게 무슨 벼슬처럼 느껴지기도 했었죠. 특히 웬만한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가야만 했던(이라고 쓰고 힘없으면 끌려간다고 생각되는) 군대는 심한 경우 하루만 먼저 입대를 해도 고참. 말 그대로 서열이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분위기가 온통 그랬습니다. 그러니 당연하게 느껴진 건 저만이 갖는 특별함이 아니었을 겁니다. 학교는 학교대로... 선배는 깡패 같았고, 군대는 군대대로... 또 집에서는 요?! 다른 곳과 비교해 좀 덜하다 할지는 몰라도 요즘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전의 아버지들과 지금의 아버지는 뭐~ ^^; 아니 어떤 면에서 무서운 아버지는 학교나 군대의 나이 많은 그들보다 더할 수도 있었죠. ㅠ.ㅠ
그런데, 어느 순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능력주의랄까요?
이걸 쉽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낀 건 9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IMF를 통해 그 변화는 빠르게 현실로 정착되었습니다.
그 변화를 느꼈던 이들 대부분은 (남자의 경우) 학창 시절과 군 시절을 당연한 통과의례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공서열을 받아들였던 건데... 어느 순간 세상은 변화를 느낄 틈도 없이 변해 버린 상황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그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뜨거운 온탕에 들어갔다가 바로 차가운 냉탕에 들어갔을 때의 온도차만큼이나 그 느낌은 참으로 생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모두라고 할 수는 없어도 능력주의라는 것이 진짜 능력이었냐는 겁니다.
자본주의가 어떻다면서 결국 지목되는 능력이란 돈 잘 버는 것이고, 돈 많은 것으로 귀결되어 버린 현실입니다. 이는 새파랗게 어린놈이 능력 있다고 윗자리를 차지하면서 그와는 반대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에 따라 위에 있어야 했던 이들이 상실감을 겪고 초라한 입장이 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정작 가장 윗자리라 할 수 있는 위치에 대부분 나이 든 힘 있는 이가 자리하고 있음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25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미래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세계화 시대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나이에 따른 위계주의가 극복된다면 상상 못할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주로 생활해왔다는 점과 흔히 요즘 회자되는 금수저쯤으로 인식될 정도로 가족관계 및 학력 등 화려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그에 관해 잘 알지 못합니다만)을 감안하면 왜 그렇게 말했을까라고 이해될 듯도 한데... 그가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그가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나이에 따른 위계가 파괴된지는 이미 오래전 얘기고, 문제라면 왜곡된 힘을 숭상하는 풍토인데...
솔직히 어버이 연합에 나오는 나이 많은 이들이 연공서열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죠. 폐지를 줍고 다녀야 생계가 유지되는 현실을 생각하자면 더한 얘기구요.
물론, 어떤 한 단면만을 예로 들어서 모든 것을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의 나이에 따른 위계가 문제시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왜곡된 힘이 능력이라 치부되며 은연중에 그 힘을 추종하려 드는 모습들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얘기 끝에 또다시 떠오르는 땅콩회항 사건의 그녀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하던 어느 중년 남성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또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꾸라고 하던 이가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그 후세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든다면서 아랫것들은 직급을 모두 없애고 상전들 호칭은 그대로 두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도... 한마디로 뭐라 콕 짚어 말하긴 어려워도... 이걸 쉽게 표현하자면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 거시기하다.
능력주의가 그나마도 진정한 능력이었다면...
아니 능력을 인정하는 이가 특정한 소수의 시각에서 비롯되지 않는 풍토라면 뭔가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뭐~ 상상이라면 못할 게 뭐고, 또 지금 이 땅에서 무언들 부럽지 않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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