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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나를 죽여왔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또 얼마나 그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반복되며 확실히 인지한 것이 있다. 현실 속에서 결행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 그건 어떤 논리나 명확한 근거로 아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경험 때문이다. 얼마 전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깨달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어느 누구든,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있다면, 그건 그저 그렇게 믿는 그 사람의 생각일 뿐. 그럼에도 뭔가 대단히 알고 있는 양 왕왕대는 그 잘 난 이들을 보면 수없이 스스로를 죽여왔던 내가 또 언제 그런 생각을 했었냐는 듯 자격지심에 빠져든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그 각각의 시간, 공간에는 어김없이 처량한 모습을 한 내가 서있다. 그래서 시간들 속에 녹아있는 음악은 가슴을 언저리에서부터 온통 동요시키고 깊은 곳까지 울컥 저미게 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즌을 치를 생각’ 이란 말을 거침없이 하며 실제 실행으로도 옮기는 어느 운동선수가 부러웠던 건 모두 게으른 나의 자격지심일 게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나 하나 죽이는 건 엉킨 실타래를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그것이 세상의 순리로 배워왔고, 봐왔으며, 이젠 너무도 익숙하거든.


정말 생각해 보니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이 참 오래도 살았다. 죽지도 못하고.


그런데,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느껴지는 이 감정은 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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