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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소리에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기억을 부르는 소재는 그것이 무엇이건 관계없다. 중요한 건 지나는 시간 속에 어떤 기억으로 버무려지는 그 지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의 길이는 분명 연륜과 관계가 있다. 그런 연유로 요즘 들어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도무지 꼬리 물기의 생각 끝에 기분 좋은 것으로 이어진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까닭에.


아침에 먹게 된 호빵. 전자렌지에 호빵을 넣고 돌리면서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특정 기억이라기보다는(좀 슬픈 기억인가? 뭐 그 시절 대부분 그랬겠지만) 어렸을 땐 이게 뭐라고 먹었던 기억보다 언제나 먹고 싶었던 때가 더 많았다는 거다. 그 시절 호빵이란 (다른 거의 모든 판매 물품이나 먹을거리가 그랬지만) 낱개로 사 먹던 시절이었음에도 어린 내게 그 호빵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니 언제나 먹고 싶다는 욕구는 간절함과 다르지 않았고, 그것이 기억으로 남았다(라고 썼지만 실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추위가 시작되며 겨울로 향하는 이 즈음 동네 가게에는 어김없이 작년에 보았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원통 형태의 호빵 찜기가 놓여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던 나의 욕구도 작년의 그것과 같았다. 아니 더 커졌을 것이다. 하나를 먹는 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던, 시간과 비례하여 성장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래서 아마도 먹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한 건 요구르트를 두 병 연속으로 먹는 게 바램이었던 기억 다음으로 호빵이 아니었을까? (호빵은 당류 포함 탄수화물 30%에 단백질 11%, 지방 6%의 주원료로 만들어졌으니 그 욕구는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그 시절 호빵 찜기는 연탄불로 물을 데워 보온을 유지해 호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만들었지만 간혹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오래도록 찜기 안에 볼모로 잡혀 있던 호빵 중엔 하얀 겉표면이 풀처럼 불어 터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건 호빵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나만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물론, 그건 지금의 생각이고 확신이다. 그 당시 내게 그 불어 터진 호빵이라고 마다한다거나, 무엇보다 호빵이 팔리지 않아서 그렇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지금은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호빵을 사는 것도 여느 것들과 마찬가지로 낱개 사는 경우는 지금 거의 없을뿐더러(그래서 때론 먹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전언과 글로 그것이 그것을 먹을 수 있었을, 하지만 그래서 먹지 못한 어느 누군가에 대한 죄송함으로 생각이 이어지기도 하고) 호빵을 사면서 망설이는 때도 많지 않으니. 그런데, 이 역시도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생각과 판단이 오롯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급했듯이 주어진 조건이 그렇기도 하거니와 들었다 놨다가 일상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거든.


집을 떨어져 사는 (내겐 아직 많이 어린) 딸에게서 연락이 왔었더란다. 어렸을 때 바게트 빵에 마늘 소시지를 넣어 먹던 기억이 나서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 졌다고. 아이에겐 바게트 빵에 마늘 소시지를 넣어 먹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은 것이다. 그리고 종종 기억할 테지. 내가 지금 호빵으로 기억을 이야기하듯.


호빵의 기억이 이런 일상의 것만이 아니라는 건 내가 지금 그 명칭에서 떠올려진 어느 누군가의 존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호빵맨. 그가 이렇게 생각날 줄은...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금의 나이에는 더더욱.


이번 주말에는 집에 오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깜짝 방문을 해야겠다. 마늘 소시지를 넣은 바게트 빵을 들고서. 그것으로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 하나 남겨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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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스트 hisa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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