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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이십 년은 지났을 기억입니다. 이젠 누구나 다 아는 꼼수에 불과한 레파토리였지만 그 땐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 되기 전이었을 뿐만아니라 SNS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얘긴 추억이라 할 수 없지만... 먼저 궁금하단 생각이 드니 어쩔 수 없이 기억을 꺼내게 됩니다.


97년 가을 무렵.. 강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집을 향해 가고자 지하철 쪽으로 걸어가던 중 상당히 지치고, 난감하다는 듯 표정을 한 (저보다 최소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어떤 중년 남자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설명한 후 꼭 갚을테니 차비 2만원 정도를 빌려달라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Willy님 블로그(일부 수정)



구체적으로 그가 말한 자초지종(自初至終)이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포항에서 차를 몰고 올라왔는데, 늦게나마 장가를 가게된 친구로 인해 기분이 좋아 술을 적잖게 마시게 되었고, 어찌하다 보니 본이 아니게 음주운전으로 단속에 걸려 차량을 압류 당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상황 정리를 위해 집에 전화를 걸려고 휴대전화를 보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고, 임시방편으로 공중전화로 연락을 하고 나오는 과정에 정신을 어디다 뒀는지 글쎄 지갑을 놓고 나와서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의아함이 없지 않았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어려움이 내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차비 2만원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인 얘길텐데... 불행은 아직 시작 하지도 않았습니다. 사기가 될 수 있는 요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고, 가능한 더 많은 것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고 한다는 특징을 지녔으니까요.


돈벌기 꼼수, 사기의 재구성


물론, 상황에 맞게 표현하자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말은 맞지가 않습니다. 그럴듯한 신뢰를 표방한다?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고, 또한 얻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고 한다는 것은 상대가 의심을 사지 않는 범위를 뜻할 겁니다. 당연한 얘기겠죠. 사기가 그런 것인 줄 모르는 게 바본 거지요?!! 흐~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서로 이야기 하는 과정에 같은 소속은 아니지만 같은 기업 계열사를 다닌다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이 신뢰(그는 기회)를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고,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 말 그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렀습니다. 


처음 차비를 빌려달라는 것을 목표로 했던 그는 이제 말을 바꿔 수중에 20만원 정도만 있으면 차량을 찾아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그렇잖아도 당장 내일 새벽 포항에서 울산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차를 가져가야 하는데, 이렇게 믿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만, 이왕 믿어 준 거 같은 그룹사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아니냐며 염치없지만 20만원만 빌려주면 정말 고맙겠다는 겁니다. 그가 방전되었다고 한 모토롤라 스타텍 휴대전화를 물증으로 저보고 갖고 있으라면서 조만간 다시 만나 술도 한 잔 하자는 말과 함께...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가 보편화되기 전이었고, 그가 들고 있던 모토롤라 스타텍은 최고의 휴대전화 기종이었습니다. 게다가 남자들끼리 인연 어쩌구 저쩌구 같은 그룹사 내 계열사 어쩌구 저쩌구 술 한 잔 하자는 정도까지 흘렀으니 앞뒤 상황이 계산적으로 흐르는 건 이미 상황 종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건넨 모토롤라 스타텍 전화기면 담보가 될 것이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그렇게 건넨다고 해서 받아 놓는다는 건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참으로 순수하게(?) 생각했던 저는 전화기를 마다하고 외려 착하게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지금 수중에 현금은 없으니 카드로 현금을 찾아 빌려주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20만원... 크~억 지금도 작지 않은 그 이십 년 전의 그 거금(?)을 처음 만난 그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달하며 제 머리 속은 좋은 인연을 하나 만드나 보다 하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숭고한~ 흐~ ㅠ.ㅠ




그 20만원을 손에 받아 쥔 그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고맙고,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 건네고는 내일 전화한 다음 꼭 입금해주겠다면서 자신은 이제 당장 압류 당한 차량을 찾으러 빨리 가보겠다고... 작별을 고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 오늘의 회포를 풀겠다는 말과 함께 악수까지 한 후 그와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멀어져 가면서도 뒤를 돌아 저를 향해 손까지 흔들어 연거푸 고맙다는 그의 얼굴을 보며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정말로 좋은 인연을 하나 만들었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죠.(당시 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저는 차량 압류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했고, 음주 측정 등의 검문에서 차량 압류를 당할 수 있다는 걸 당연한 듯 받아들인 것도 그의 말을 믿게 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라고 변병이라도... ㅠ.ㅠ )


나름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던 제가 상황을 인지하게 된 건 당시 결혼을 앞 둔 지금의 아내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고 그 있었던 이야길 꺼낸 다음이었습니다. 당연히 절 보면서 정색을 하고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얘깁니다.


"아니 바보냐~!"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 줄 알고, 2만원도 아닌 20만원을 그렇게 줄 수가 있냐~"


같은 회사 사람이라더라라는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ㅠ.ㅠ


그리고 아내의 말처럼 나란 인간이 바보라는 걸 확실히 확인한 건 조금 겨웃둥 하면서도 면박 당한 게 억울하다고.. 전화를 해보면 될 것아니냐는 호기를 부리다가 이내 전화를 걸어 본 직후였습니다. 그가 근무한다고 하던 사무실 전화번호는 모 산부인과 전화번호였습니다..


뭐~ 사실 지금도 이 기억을 떠올리면 이런 바보가 있나 싶기도 한데... 좀 억울한 면이 작지 않습니다. 때때로 문득 떠오를 때면 화가 날 정돕니다. "도대체 누가 나쁜 거냐... 나의 행위가 정말 바보로 지탄 받을 일이냐~!!" 라는 생각 때문... ㅠ.ㅠ 또 사실 당하려고 하면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다는 걸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이는 전화 보이스피싱으로 몇 천만원씩 당하기도 하는데... 그건 그 사람이 바보라서가 결코 아니라는~ ㅠ.ㅠ


뭐~ 그런 억울함과 답답함을 토로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니까 이런 얘기는 다음 기회가 있을 때 하기로 하고... 정작 제가 궁금한 건 바로 그겁니다. 제목으로 언급했듯이...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 얘기를 듣고 저를 바보라 말하는 건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저를 속인 그도 저를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그렇다면 정말 그는 천벌을 받을 ㅁㅇ랍ㅑㅅ ㅐㄱ 래2ㅁㅇㄹㅛ1ㅑㄱ~~~ㅂ3ㅛㅗ




이렇게 바보인 것을 인증하나요? ㅋㅋ ㅠ.ㅠ


아~ 근데, "차비 사기"라는 키워드로 찾아 보니 아직도 이런 류의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군요.

이게 답습인 건지 창조적인 건지... 아리송 합니다만... 사실 그렇게 돈을 챙긴들 대단한 쓰임이 있을리 만무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사기 행각을) 하겠다는 생각이 만들어지는 게 더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답답함이 앞섭니다. 사실 그 일을 당하던 때 국내 상황은 IMF 사태가 벌어진 직후 였던... 좀 혼란스런 상황이었기도 합니다. 뭐~ 그게 그것 보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그렇다는 겁니다. 상황이...


제가 바보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요?!!

이젠 똑같은 상황으로 당하진 않겠지만,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러 정황적으로...

하지만 사람이 원래 그렇다는 생각은 하고 싶진 않습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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