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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혹은 장기와 같은 일종의 기예 놀이는 "수(手)"를 얼마나 많이 보느냐로 그 실력이 결정되곤 합니다. 이는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입니다. 부수로 쓰인 한자에서 수(手)의 의미가 손기술, 재주, 행위 등을 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볼 때 바둑이나 장기에서 "수(手)"라는 말을 왜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대략 감이 옵니다.



그 "수"라는 걸 일상에서 겪는 상황들에 대입해보면 어떤 상황을 예측할 때 "경우의 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는 영어로 number of cases로써 숫자의 뜻을 지닌 수(數) 즉, 境遇─數(경우의 수)가 됩니다만, 그 "경우의 수"를 가늠한다는 건 앞서 언급한 바둑 또는 장기에서 뜻하는 수(手)와도 연결됩니다.


▲ 참고로, 바둑에서 수(手)는 처음 흑백의 돌을 한번씩 주고 받는 것으로만 산정해도 그 경우의 수가 129,960가지라고 함. 즉,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數)는 산술적으로 10의 170제곱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다고...



단순하게 생각될 수 있는 말이지만 생각해보면 결코 간단한 얘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대상이 있는 경우 혹은 장기나 바둑처럼 승패가 딱 떨어지는 것이라면 모를까... 결과는 하나로 귀결될지 모르지만, 경우의 수(數, 手)에서 다변화될 예상치란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계약 등을 체결하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조치들을 취하곤 합니다. 어느 정도 상호 간 믿음이 있다면 출발은 보통 구두에서 시작됩니다. 만에 하나 그 믿음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경우라면 문자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죠. 이때부터는 계산이 다시 말해 수(數) 혹은 수(手)가 개입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 개입된 계산은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믿음과 신뢰의 거리는 멀어져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장기나 바둑에서처럼 상대를 두고 수(數, 手)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건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뢰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나름 계산하여 수(數, 手)를 본다고 본 것임에도 말이죠.


작성된 계약문서에 서명 또는 도장이 들어가야 하고 그렇게 날인한 도장이나 서명만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신뢰에 대한 불안함은 간인을 추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작성된 계약서는 당사자 각 1부씩 보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제삼자를 필요로 하게 되구요. 그 3자는 법적 표현으로 내용증명 혹은 공증이라고 어떤 규칙처럼 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아예 이제는 법적으로 그 상세한 사항들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바로 민법과 상법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이것이 어떤 경우 일을 배우면서는 이런 계약 형식과 관행이 마치 어떤 지식이고, 상식인 양 생각하기도 하고, 심지어 많은 이가 이를 무언가 많이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ㅎ

진짜 안다는 건 없는 걸지도 몰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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