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재벌家 2세라는 수식어와 함께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때리고도 "정당하게 '맷값'을 지불?했다"하여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의 일이니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 사건에 대한 1차 판결이 오늘 났습니다.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몇몇 사안들과 함께 "법과 원칙의 천박한 논리 그리고 돈"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행했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그간 보아왔던 선례들을 바탕으로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상했었고,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이관용 판사) 결과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이전 글에서 제가 예상했던 바 -그간 비슷한 사례를 하도 많이 봐왔던 탓에 집행유예나 사회봉사 등의 선고가 있지 않을까 예상했었고, 또 한편으로 이젠 힘없는? 재벌 2세라서 본보기로 삼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을 덧붙였었습니다.- 와 달리 실형이 선고 되었지만, 보편적 관점에서 적용될 수 있는 죄값에 비해 적절한 판결로 보기엔 미약하다는 생각입니다. 본보기로 이정도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철원 전 M&M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 출처: 오마이 뉴스]
그런데,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를 얘기겠지만- 이번 판결에 있어 좀 더 심각한 문제는 재판부와 검찰의 시각에 있습니다. 우선 검찰이 이번 판결에 앞서 내렸던 기소 내용은 정말 이게 정말일까 싶을 정도입니다. 각종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최철원에 대한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탱크로리 기사를 폭행하고 이른바 맷값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철원 전 M&M 대표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과 야구방망이 몰수를 구형했다."
는 내용이 확인 됩니다.
야구망방이 몰수?
정말 모르겠습니다. 검찰 입장에서 이러한 표현이 진지한 표현으로 판단했기에 그렇게 적시했고, 폭력적 도구로써 야구방망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소지하고 있는 모든 야구방망이 -최철원이 얼마나 많은 방망이를 가지고 있기에 또 그것을 검찰이 얼마나 조사를 해서 세세하게 잘 알고 있고 그 위험성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를 몰수하겠다는 실제 의도였을지는 모르지만, 제 눈엔 왠지 블랙코메디가 따로 없어 보입니다. 돈을 통한 왜곡된 권위로 자신 보다 없는 이들을 그저 하인 취급하며 훈육을 운운하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야 야구방망이가 문제일까요? 그런식이라면, 그가 들어 보이는 모든 물건들은 폭력을 위한 무기가 될거라 생각되는데...
그리고 각종 언론들이 전하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최씨는 수사기관에서 ‘군대에서 하는 훈육 정도로 생각하고 때렸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의 나이가 무려 11살이나 많은 점 등에 비춰볼 때 납득할 수 있는 항변이 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야구방망이로 훈육하는 건 어느정도 참작될 수 있단 얘긴지... 학교에서 마저 훈육을 위한 체벌까지도 없애자는 판국에 말입니다.
재판의 판결이 지니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건 더 이상의 얘기가 필요없을 만큼 중요하고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향후 판례로써의 참고 내용 뿐만아니라 사회적 인식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당연히 단어 하나 하나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생각이지만, 그 이전에 과연 이러한 고민을 이번 판결을 맡은 재판부나 검찰이 조금이라도 하기나 했을까? 의문입니다.
양심있는 법조인 분들이 적지 않음에 그래도 다행이다 싶지만, 수십억의 수입을 당연한 몫이라고 하는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에서는 아직도 법을 다루는 이들은 고귀한... 아니 감히 쉽게 범접하기 조차 어려운 높은 분들로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맷값과 야구방망이 몰수를 거론하며 내려진 이번 판결은 보다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다행이라면, -워낙 앞뒤 짜르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실제 그가 어떻게 행할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나마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이야기는 아직 보질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아무런 항변이나 변명 없이 그저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아쉽기도 합니다.
인터넷 이곳 저곳의 댓글들을 보니 많은 이들은 최철원이란 인물의 죄값으로 징역형 1년 6개월이란 판결 조차도 못마땅하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벌써부터 판결에 따른 후속 예상들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세상이 잠잠해지면, 보석으로 풀려 날 것"이라고 하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던 보편적?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저는 또 한편의 개인적 심정에서 최철원이란 인물이 벌인 행적에 대한 죄값으로 징역형 1년 6개월이란 선고가 아주 잘못되었다거나 그에게 그가 했던 행적과 동일한 죄값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하는 함무라비법전과 같은 생각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 이 나라의 문제로 따져 본다면, 최철원이란 인물의 이러한 행적은 정말 아무것도 -당한 분께 못할 소리인줄 압니다. 그러나 이 말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님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무슨 뜻인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최철원과 같은 돈과 힘의 배경을 지닌 인물들 역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흘러온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환경의 또다른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을테지만-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궤변처럼... 이전 여러 포스트들에서 언급하기도 했던 말씀입니다만, 궤변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진정으로 올바른 시각과 철학을 지닌 독재자의 출현으로 한 백년 -3세대가 흐를 만큼의- 동안 세상이 만들어지고 흘러간다면 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편적 다수의 민중들이 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닭과 달걀의 문제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물론, 과학과 기술에 힘입어 -그 모든 것이 세상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치고 진리일테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는 세상과 사람들의 연결고리로 인한 자연스러운 좋은 생각들의 공유와 융합에 의해 또 그렇게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저의 확신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시대... 아니 지금 당장 우선 이 나라에서만이라도 돈과 힘을 지닌 이들이 전향적으로 변화하여 진정으로 따뜻하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나설 수 있기를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이미 그러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바랍니다.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 큰 바램일까요?
최철원이란 인물 역시 11살이나 많은 어른을 훈육한다며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때렸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모교에는 10억 이라는 거금을 기부금으로 쾌척하며 나름 좋은 일을 하고자 했던 것을 생각하자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좋은 일이 무엇인지... 적어도 어떻게 행해야 세상이 좋은 일을 했다고 알아 줄지를 알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제 추운 겨울을 지나 모금에 마감처리-불우이웃돕기 성금이란 명목의- 를 하고 있을 여러 모금단체들이 모은 기부금의 출처를 살펴보면 -그 돈의 출처나 목적이 어디에 있든- 평소와 다른 힘있고 돈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선행을 알리고자 빛나는? 표식을 보란 듯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포함하여...
음~ 그렇지만 또한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가 없음을 부인하진 못하겠습니다. 정말 여전히 제 머리 속엔 최철원이란 인물이 약자를 -그것도 11살이나 더 많은 어른을- 상대로 야구방망이로 때린 스무대의 맷값 2천만원과 그에 대한 죗값 징역형 1년 6개월이라는 그 상관관계와 진정성이 돈없고 힘없는 이들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이 세상이 무섭게만 느껴집니다. 더구나 그가 재판 과정에 보여준 모습들이 진실해 보이지 않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흐~음.
※ 내용 추가...
그런데, 그나마도 형편없는 죗값 징역 1년 6개월도... 결국은 집행유예로 종결되었습니다. 예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금이나마 공감하신다면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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