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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던 차에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점이 눈에 띄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커피점 벽 면 메뉴 위쪽에는 대부분의 커피점들이 그렇듯 아메리카노 레귤러 4,000원, 라지 4,500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평소와 같이 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큰 거로 달라고 하면서…


그런데, 점원인지 점주인지 모를, 내게 응대하던 이(분이라고 썼다가 고쳤...)는 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다시 물었다. 레귤러인지, 라지인지를.


나는 좀 더 큰 목소리로 또렷하게 "큰 거로 주세요"라고 웃으며 다시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바로 절차가 있다는 듯 4,500원이란다. 카드를 꺼내 건네려는 순간, 얼마 되지 않는 커피 값을 카드로 계산한다는 게 좀 그렇다는 생각에 내밀려던 손을 거두며 웃는 얼굴로 내가 말했다.


“아~ 현금이 더 좋으시죠? ^^”


내가 무슨 깊은 생각을 했던 건지(왜 그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나름 서로 기분 좋게 하고자 한 의도는 확실했고, 실제 그 생각의 결과가 내 생각 대로임을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다. 그렇다는 대답과 함께 좋다는 상대의 반응이 온몸으로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이 걸 말하려는 이유는 그다음 상황들 때문이다. 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약간은 기분마저 이상하도록 만들고, 심지어 부아가 났거든. 돈을 이렇게 벌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게다가 좋은 의도를 보인 사람에게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 해도 될 만큼 우습게 보였나?? 아니면 모든 이들을 상대로??? 허~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5백 원을 거슬러 받을 생각을 하며 현금 5천 원을 내려던 나에게 주문을 응대하던 그 판매자는 상냥한(?) 목소리로(아마 내가 그렇게 듣고 싶었던 걸 거다) 물어왔다.


“샷을 추가할까요? 컵이 커지면 커피 맛이 약간 흐려질 텐데…”


너무 순간적이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도 있었으나,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 조차 못한 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5천 원을 건네면서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했던 건데, 나의 대답과 함께 돈이 건네 지기가 무섭게 샷 추가로 500원이 더해져 5천 원이란다.


나는 약간 황당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적으로 어찌할 수 없었다. 뭐~ 솔직히 하도 순간적이라 그 황당함을 표현하지 못했던 거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메뉴판에 표시한 레귤러와 라지의 가격 차이가 단지 컵 크기와 물의 양만으로 정한 걸까? 더구나 샷 추가 비용을 그렇게 요구하는 거였다면, 그 내용이 가격으로도 명시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그 돈이 뭐라고…


그런데, 더 당혹스러운 건 바로 그다음이었다. 판매를 응대했던 이 뒤에서 커피를 추출하던 또 다른 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이가 들고 있던 컵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었다. 그냥 보통 크기였다. 나는 큰 것으로 주문했으니 그건 내 것이 아닐 것이라는 건 당연하다고 어렴풋이 나는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당연함이 또다시 아님을 확인 것 역시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렇게 내게 남은 건 어이없음이었다.


▲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 상기 사진은 본 글의 내용과 관계없는 첨부용 이미지 입니다. 컵 크기가 이랬...



그 컵을 받아 들며 결국 표정마저 풀린 내가 "이게 큰 건가요?"라고 물으니 그 자신도 멋쩍었던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물으니 으레 대답하듯 한 건지 모르겠으나(내가 그렇게 보려 해 보였던 걸 것이다. 내 판단엔 그 사람도 내심 좀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싶다. 아니 적어도 양심적으로 그래야 하지 않을까?) "저희는 이게 큰 컵인데요?"란다.


정말로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이래야만 하는 건지. 뭐~ 세상이 워낙 흉흉해 찌들어 가는 돈벌이의 노예로 살아가다 보이 그러려니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렇게 하고 사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하는 건지 말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생각하고 있는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하지만 그것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더욱 현명하지 못하다. 내가 다시 그 커피점을 따로 찾을 일도 없지만 솔직히 심정적으로 누군가에게라도 그 커피점은 가지 말도록 알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으니,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닐 확률이 확실히 높을 것이고, 그 커피점은 그렇게 하는 게 그대로 독이 될 테니까. 내가 따로 이 억한 마음을 두루두루 알리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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